[전술분석] 모라타 한방에… 레알 마드리드 무릎 꿇린 ‘철벽’ 유벤투스

입력 2015-05-14 13:27
수정 2015-05-15 01:10


▲ 유벤투스는 더 이상 언더독이 아니다.(사진 = 유벤투스 FC)

23분,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득점으로 연결시킬 때까지만 해도 오늘의 승자는 레알 마드리드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경기 템포를 올린 유벤투스는 레알 출신인 알바로 모라타의 골로 1-1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35분여 동안 홈 팀의 파상 공세를 철벽 수비로 막아내며 베를린 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피를로 봉쇄한 레알, 전반전을 압도하다

슈팅수 15-3, 유효슈팅수 4-1. 기록에 나타나듯이, 전반전은 레알이 압도하는 흐름이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안드레아 피를로의 위치에 따라 이스코, 하메스, 토니 크로스로 하여금 피를로를 강하게 압박토록 했고, 피를로는 좀처럼 레알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피를로가 묶이자 피를로의 전진 패스로부터 시작되는 유벤투스의 공격도 위력을 잃었다. 카를로스 테베즈가 개인 능력으로 돌파구를 찾아보려 했으나, 세르히오 라모스와 라파엘 바란은 테베즈가 볼을 받고 드리블 할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레알은 강한 전방 압박을 바탕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레알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와 폴 포그바, 피를로에 아르투로 비달까지 내려와 촘촘하게 공간을 메운 유벤투스의 수비에 고전했지만,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의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낸 하메스의 활약에 힘입어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전반전 스코어 1-0 레알의 리드.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챔피언스리그 최초의 결승전 엘 클라시코가 성사되는 상황이었다.

지친 레알 무너뜨린 유벤투스의 뚝심

그러나 유벤투스는 엘 클라시코 결승전을 허락할 생각이 없었다. 전반전 내내 수세에 몰렸음에도 탄탄한 수비와 지안루이지 부폰 골키퍼의 선방으로 한 골 승부를 이끌어낸 유벤투스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변환 기어를 넣었다. 후반전 초중반에 동점골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중반 이후에는 스리백 카드로 레알의 공격을 봉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지난 주말 칼리아리 전에서 주전 대다수에게 휴식을 줬던 유벤투스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경기 템포를 끌어올렸다. 모라타와 테베즈는 전방 압박의 강도롤 높였고, 비달도 뒤로 물러나기보다는 앞 선에서부터 레알의 공격 전개를 끊어내려 노력했다. 수비 라인도 전반전에 비해 10m 정도 높은 위치에 형성했다.

동점골 사냥에 나선 유벤투스의 노력이 보상을 받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56분, 프리킥 상황에서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가 펀칭으로 걷어낸 볼을 비달이 다시 한 번 레알의 골문 쪽으로 올려줬고, 이것이 포그바의 헤더를 거쳐 모라타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체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잡은 뒤, 테베즈와 모라타의 한 방을 기대했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생각이 적중한 것이었다.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레알의 창보다 강했던 유벤투스의 방패

동점골 허용 후 다급해진 레알은 다시 공격의 고삐를 쥐었다. 연장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첫 실점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1-1을 만든 뒤 유벤투스는 수비 라인을 내리고 한 골을 지키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던 비달은 아예 미드필드로 내려와 두 줄 수비의 한 축을 담당했고, 포백과 네 명의 미드필더는 촘촘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레알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전반전에 많은 체력을 소모한 레알은 상하좌우로 좁은 간격을 유지한 유벤투스의 수비벽을 뚫을 만한 기동력이 없었다.



▲ 동점골 획득 후 특유의 질식 디펜스를 선보인 유벤투스(사진 = 중계화면 캡쳐)

78분에는 ‘전가의 보도’ 스리백이 나왔다. 피를로 대신 안드레아 바르잘리를 교체 투입한 알레그리 감독은 측면은 내주더라도 중앙은 철저히 틀어막는 수비로 남은 10여 분을 흘려보냈다. 레알은 세 명의 미드필더와 세 명의 센터백으로 철벽이 구축된 유벤투스의 중앙 대신 측면에서 계속 크로스를 올렸지만, 평균 신장이 187cm를 넘는 레오나르도 보누치와 바르잘리, 키엘리니 트리오를 뚫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 중앙에 벽을 쌓는 유벤투스의 스리백은 레알의 마지막 희망을 꺾어놓았다.(사진 = 중계화면 캡쳐)

유벤투스의 뚝심이 빛난 경기였다. 레알의 공세를 침착하게 막아내면서 한 골 승부를 유도하고,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기어를 올려 유리한 상황을 만든 뒤 스리백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경기 운영은 마치 잘 짜인 시나리오를 보는 듯했다. 공격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스리백이라는 무패 카드를 보유한 유벤투스는 바르셀로나와의 결승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레알은 몇 가지 요소가 발목을 잡았다. 치열한 리그 우승 다툼 탓에 유벤투스에 비해 휴식일이 부족했다는 점, 루카 모드리치의 결장 탓에 중원에서의 창의적인 패스 공급에 제한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매조질 수비적인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치열한 우승 다툼과 모드리치의 결장은 통제 불가능한 불운이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구성된 미드필더 라인업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반드시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