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은행은 물론 보험과 증권, 카드, 캐피탈 등 전 금융회사로 확대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2금융권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제외하곤 심사 대상인 대주주 범위가 대폭 축소되고 주식매각 명령권 등 핵심적인 내용들도 상당부분 빠졌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는 2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가결해 오는 30일 열리는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했습니다.
금융회사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는 대주주가 횡령이나 배임 등의 범죄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하는 제도로 지금까지는 은행과 저축은행 등에 대해서만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보험이나 증권, 카드, 캐피탈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 대주주들이 정기적으로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제도가 확대·시행되면 한화증권과 HMC증권, 대신증권, 삼성생명, 흥국생명, 동부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이 당장 법 적용을 받게 됩니다.
정무위 관계자는 “금융회사 대주주의 재산권 보호보다는 다수의 투자자 보호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쪽으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없어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그동안 야당이 주장했던 내용들이 상당부분 빠져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띠는 점은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할 대주주의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는 점입니다.
통과된 개정안에는 최대주주 1인으로 한정했고 법인이 최대주주일 경우에는 법인의 최대 출자자 1인으로 정했습니다.
그동안 야당에선 심사 대상인 대주주의 범위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주주와 주요 주주까지 포함할 것을 주장해 왔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적용할 법률도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 처벌법, 공정거래법으로 제한했습니다.
야당은 그동안 대기업 총수가 횡령, 배임 등으로 처벌받을 경우 대주주 자격을 잃게 하려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맞서왔습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경우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할 것인지도 논란이 됐지만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재계의 주장을 수용해 결국 포함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대주주가 자격요건을 어겼을 경우 금융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그래도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할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열사들이 추가 지분 매입에 동원될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와 일자리 확대에 도움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되는 대주주의 범위가 원안보다 축소되고 귀책사유를 정하는 법률에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등이 제외된 데 대해서는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전 금융회사로 확대된다는 점은 투자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3년 가까이 끌어 온 법안 치고는 알맹이가 많이 빠진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