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공 R&D의 사업화 성공률이 미국과 영국의 1/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산업현장과 괴리되고 있는 공공 R&D 연구에 대한 개혁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술무역수지는 OECD 29개국 중 29위로 최하위이고, 공공 R&D를 통해 개발된 기술 19만 건 중 15.4만 건 이상이 휴면상태이며 기술료 수입이나 사업화 성공률도 미국, 영국 대비 1/3 수준에 불과합니다.(사업화 성공률 : 영국 70.7%, 미국 69.3%, 일본 54.1%, 한국 20%)
이는 현재의 공공 R&D가 정부 주도로 연구과제·평가기준을 설정하는 Top Down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Top Down 방식은 과거 추격형 산업 구조에는 맞을지 몰라도 선도형 산업기술이 필요한 오늘날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경련 설명입니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응용분야 출연연이 민간보다 정부수탁과제 중심으로 연구하는 상황과 대학이 국내 산업구조에 맞는 연구보다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논문 작성에만 집중하는 상황에 대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연간 기술무역수지가 15조원 이상으로 대표적인 기술 수출국인데, 이러한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아닌 출연연과 기업이 스스로 연구과제를 결정하는 전형적 Bottom up 방식의 R&D 시스템에 기인합니다.
응용분야 출연연과 공과대학의 경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율권을 주되 시장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관평가 결과가 출연금과 능률성과급 지금, 기관장 성과 연봉 등에 반영되기 때문에 매년 막대한 행정력을 평가 준비에 투입하고 있고 평가 기준이 계속 바뀌다보니, 시장이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독일은 1개 부처에서 평가를 일괄적으로 수행하는데 응용연구 출연연의 경우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평가를 실시하고, 평상시에는 연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지만 확인합니다.
우리나라 출연연 예산 중 41.1%는 정부 출연금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정부수탁입니다.
또한 민간수탁 비중은 7.6%로 정부수탁 45.4%의 1/6에 불과해 시장 연구보다는 정부 과제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 최대 응용연구기관 프라운호퍼는 전체 예산 중 약 1/3을 민간수탁으로 조달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규정 충족 시 민간수탁 예산의 40%를 출연금으로 제공하지만, 충족을 못할 경우 10%만 제공합니다.
즉 민간수탁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민간수탁 예산 및 출연금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김주환 프라운호퍼 한국사무소 대표는 “이러한 의무규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높은 수준의 민간수탁(34.8%)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 제조업 강국으로, 전자(17.1%), 자동차(12.1%), 화학(10.9%) 비중이 높지만 대학에서 수행한 R&D를 보면 보건의료분야(19.71%)와 생명과학(7.6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대학 R&D 예산의 80% 이상이 정부로부터 나오다보니,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산학연구를 논문 연구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교수 임용 시 산학협력 배점은 SCI급 논문 대비 1/4 수준 밖에 되지 않으며, BK21 플러스와 같은 대학 지원사업도 산학협력에 대한 평가비중이 SCI 논문 대비 2/3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있습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공공 R&D는 한국산업 미래 먹거리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소이며 특히 R&D 인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각종 제도를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