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드] 그리스 채무협상 4가지 시나리오

입력 2015-04-22 10:17
[굿모닝 투자의 아침]

이슈 인사이드

출연: 이창식 NH투자증권 머그클럽 연구원

최근 유로존 채권단과 그리스 정부의 추가 구제금융 및 긴축 프로그램을 둘러싼 마찰이 계속되면서 5월 이후 디폴트와 그렉시트 가능성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4월 24일 예정된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회의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에 대한 72억 유로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돼 있다. 분할금은 트로이카와 협상에 의해서 그리스에 지급하기로 되어 있던 것으로 원래는 지난 12월에 지급 예정이었다.

협상을 위해 그리스에게 필요했던 것은 정부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개혁안의 제출이었다. 4월 1일에 제출된 그리스의 개혁안에 대해 유로그룹회의의 평가가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가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그리스는 4월 초에 있었던 단기자금 만기는 넘겼지만 오는 24일에 나머지 구제금융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자금부족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6월 말에 구제금융 재협상이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이전까지 필요한 자금을 받지 못한다면 디폴트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스는 당장 4월 말에 공공연금 및 공공서비스 임금 지급을 위한 24억 유로, IMF에 상환해야 하는 자금이 5월 1일 2억 유로, 12일 7.7억 유로가 필요하며 6월에 16억 유로가 예정돼 있다.

ECB의 그리스 국채 담보 중지와 EFSF 구제금융 자금 집행 중지로 현금보유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72억 유로 규모의 자금 조달이 그리스 정부 입장에서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의 선거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그리스의 외교적 입지가 약해지고 있어 그리스에 어떤 선택이 유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5월 대규모 만기 이전에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채권단이 조건들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금 개혁안, 피레우스항구 등의 민영화 방안, 노동법 개정,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쟁점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요구 수용을 위한 국민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

긴축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시리자당은 채권자의 긴축요구 수용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결국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4월 협상 타결이 무산되고 5월 디폴트에 대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1차 디폴트 이후 협상력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신용경색으로 그리스 유로존 탈퇴 등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전면적인 디폴트 및 그렉시트에 대한 우려감이 있는데 결국 주요 은행과 기업들의 채무재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며 그리스는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어 네 가지 정도의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판단된다.

디폴트, 그렉시트에 대한 가능성의 현실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이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기 때문이다. 시리자당과 그리스 국민이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맞지만 그리스 국민의 80%가 유로존 탈퇴를 반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 경제지표 및 금융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연초부터 다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리자 정부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대다수기 때문에 디폴트, 그렉시트에 대한 부분을 통해 경기침체가 나타날 경우 시리자당이 책임을 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탈퇴 이후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유로존 탈퇴 카드를 꺼내기는 힘들다는 것을 채권단도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그리스의 협상력이 약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자금부족 문제와 자금지원을 위한 혹독한 긴축요구에 응하지 못하거나 거부함으로써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어쩔 수 없이 이탈하게 되는 그렉시던트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 등 적극적인 정책으로 그리스를 제외한 남유럽 국가의 유동성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 그리스와는 달리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고 있다. 그리스 이탈 우려가 있었던 작년부터 남유럽, 서유럽, 동유럽으로 그리스에 대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그리스 국채에 대한 헤어컷을 포함해 그리스에 대한 채무 노출이 이전과 달리 축소됐다. 또한 그리스가 이를 충당하기 위해 구제금융 등 공공부문의 차입이 크게 늘어났었는데 그리스의 대외부채는 IMF, 트로이카 등으로 이전되면서 위험 확산의 경로가 차단됐다. 따라서 그리스가 구제금융 합의에 실패하고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그렉시트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된다. 다만 그리스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대외채무가 높은 국가들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해 글로벌 증시에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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