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져스2’에 출연한 수현과 스칼렛 요한슨(사진 =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스틸컷)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예매율이 19일 오후 7시 기준으로 93%를 돌파했다. 누적 예매관객수 40만6631명으로 예매로만 50만을 넘을 기세다. 과거 ‘인터스텔라’ 역시 90% 예매율을 기록한 바 있고, ‘트랜스포머3’의 경우엔 94% 예매율까지 기록했었다.
한국 관객은 헐리우드 SFX 블록버스터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왔다. 유명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엔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준다. 그런 성향이 이런 수치를 만들어냈다고 하겠다. 한국은 시장 크기로만 보면 세계 최대급의 시장은 아니지만, 이런 몰아주기 때문에 종종 미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최대급의 흥행을 만들어낸다.
바로 이것이 헐리우드가 한국시장을 점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상당수의 영화가 안정적으로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는 건 아니지만, 액션블록버스터만큼은 터질 때 크게 터져주는 고마운 시장인 것이다. ‘아이언맨’, ‘트랜스포머’ 등이 한국관객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시리즈물이다.
한국인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몰아주기 성향은 액션 판타지 선호와 유명한 브랜드 선호, 적당한 작품성 선호 경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액션 판타지 선호의 경우, 한국 관객은 삶을 있는 그대로 리얼하게 그린 작품보다는 어느 정도 판타지가 깔린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다. 신데렐라 스토리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드라마만 봐도 그런 경향을 알 수 있다. 특히 영화에선 국내 영화론 충족되지 않는 거대 SFX 판타지에 대한 욕구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주기적 열광으로 터져나온다고 할 수 있다.
유명 브랜드 선호는 여러 블록버스터들 중에서도 유명 히어로물이나, 유명 시리즈물에 특히 열광하는 경향을 말한다. 각 개인이 개별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하나의 목표에 꽂히는 성향이 강한 사회다. 그리 크지도 않은 나라에서 천만관객 사태가 수시로 터지는 것이 바로 이런 성향의 결과라고 하겠다.
적당한 작품성 선호 경향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의 흥행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본격적으로 깊이 있는 작품엔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블록버스터이면서 거기에 적당히 깊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에 뜨겁게 반응하는 경향이다. ‘인터스텔라’나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지적 관객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작품에 열광하는 것이다.
이중에서 ‘어벤져스2’는 첫째와 두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한동안 한국관객의 이런 취향을 만족시켜줄 만한 대작이 드물었기 때문에 모처럼 나타난 ‘어벤져스2’에 더욱 관심이 모인다.
게다가 ‘어벤져스2’의 경우에 서울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헐리우드 유명 블록버스터 속에서 서울이 어떻게 그려졌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큰 상황이다. 이대로 ‘어벤져스2’가 대박을 맞는다면 서울 촬영을 감행한 제작진의 노림수가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성공스토리가 알려진다면 한국에서 촬영하려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어벤져스2’가 처음 서울에서 촬영했을 땐, 워낙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한국이 저자세로 맞이했지만 많은 헐리우드 영화가 한국으로 온다면 그땐 우리의 입장도 고자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헐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주기적으로 엄청난 대박을 맞는 현상이 과연 정상일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것은 몇몇 블록버스터에 범국민적인 몰아주기가 나타나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몰아주기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다른 영화들은 소외되게 마련이다. 작은 한국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을 제외한 여타 서구권 영화들도 소외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헐리우드 영화에만 올인한다는 평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헐리우드 영화에만 올인하는, 그중에서도 몇몇 블록버스터에만 집중적으로 몰아주기를 하는 상황은 건강하지 않다.
헐리우드 제작진이나 배우들이 한국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우리가 몰아주기를 하기 때문인데, 비록 우리가 헐리우드의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몰아주기보다는 ‘각자 알아서 다양하게 보기’ 문화로 가는 것이 좋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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