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사진 = 한화 이글스)
언제부터인가 한국 프로야구에서 번트는 불필요한 것, 경기를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팬들 역시 번트를 선호하는 감독보다 화끈한 강공을 즐기는 감독을 더 선호한다. 한때는 이런 추세를 뒷받침하는 ‘번트 무용론’에 대한 통계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물론 정답은 없다. 그러나 번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국내 야구는 빅볼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이 프로에 복귀하면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 14일 대전에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한화는 2-1로 앞선 7회말, 선두타자 권용관이 2루타로 출루하자 다음 타자 이용규가 초구에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다. 이어 등장한 이시찬이 2구째, 스퀴즈를 성공시키며 3-1로 달아났다. 그런데 삼성의 내야진은 번트에 전혀 대비하지 못하며 실책까지 저지르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또한 18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한화는 역시 7회 말, 무사 1,2루에서 이성열이 초구에 번트를 성공 시키며 1사 2,3루로 상황이 변했고, 후속 타자의 외야 플라이로 한화는 1점을 따라붙었다. 이 상황도 역시 NC의 내야진들은 번트에 전혀 대비가 되지 않았다.
여기서 생각해봐야할 부분은 최근 한국 프로야구가 강공 일변도의 단조로운 틀에 갇혀 있었다는 부분이다.
번트는 분명 야구룰에 존재하는 정당한 기술이자 작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밀려 ‘재미있는 야구’를 표방하면서 번트 혹은 작전야구는 금기시 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과거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중반 이후, 1점을 위한 번트는 쉽게 볼 수 있었던 모습이었다. 또한 중심 타자, 즉 번트를 많이 대지 않는 타자들을 제외하면 번트를 못 대서 작전을 포기하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야구는 어떤가? 중심 타자를 제외하고도 하위 타순에 포진해있는 선수들은 물론 상위 타순에 타자들도 번트 실패는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됐다.
번트가 쉬운 기술은 아니다. 그러나 저마다 강공을 선호하면서 혹은 작전 수행 능력과 기본기가 떨어지면서 벤치에서는 번트를 포기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한국 프로야구에서 번트가 아주 사라졌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번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번트가 필요한 상황에서 번트보다 강공 일변도가 되면서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편안하게 수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복귀로 단조로운 야구라는 틀에 갇혀 있던 프로야구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앞서 사례로 봤던 경기 상황이 다음에 또 다시 펼쳐진다면 상대는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전처럼 보내기 번트, 혹은 스퀴즈 번트를 대비한 수비를 해야 할지, 강공에 대비한 수비를 해야 할지 말이다. 또한 한화 입장도 똑같은 방법을 선택할지, 다른 공격 옵션을 선택할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그라운드에서 대결하는 양 팀의 치열한 수싸움이 발생하는 동시에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도 여러 가지 예측을 불러일으키며 단조로움보다 다양함으로 팬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야구와 또 다른 스타일의 야구가 대결을 펼치면서 획일적이던 틀을 깨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강공과 번트 혹은 강공과 작전 가운데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기존처럼 같은 스타일의 야구가 맞대결을 펼치는 것 못지않게 전혀 다른 스타일이 맞대결을 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과연 김성근 감독은 작전 야구로 상대를 얼마나 괴롭힐 수 있을지? 반대로 다양한 작전에 맞서는 팀들은 어떤 해법으로 작전 야구를 무너뜨릴 수 있을지 흥미진진한 2015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