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SH공사 성급한 사명 변경안 '보류'

입력 2015-04-20 17:02
수정 2015-04-20 23:42
SH공사가 지난 2004년 이후 11년만에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시와 시의회 뿐 아니라 SH공사도 갈피를 못잡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민선 6기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도시재생 전문기관으로의 부담이 커 대내외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입니다.

SH공사의 사명은 원래 서울시 도시개발공사였습니다.



지난 1989년 설립된 뒤 이명박 시장 시절인 2004년 3월 'Seoul Hosing'의 머리글자를 따서 SH공사로 변경했습니다.

당시 SH공사는 지역개발 사업과 임대주택 건설 물량이 늘어나면서 시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고, 해외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사명을 바꾼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민선 6기 핵심 사업인 도시재생과 더불어 지난해 말 변창흠 사장이 취임하면서 한 차례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SH공사라는 명칭이 공사의 업무와 역할, 비전을 제대로 알리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습니다.

이에따라 김현기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말 이같은 이유와 함께 에스에이치(SH)가 '일반화되지 않은 약어'에 해당된다며 공식 기관 명칭을 '서울주택공사'로 표기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20일 오전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와 관련된 개정조례안을 상정하고 심의했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김희걸 서울시의원은 "지금 SH공사가 나름대로 미래비전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옳은 모습은 아닐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또 개정안에 제시된 '서울주택공사'라는 명칭이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이라는 목표와 비전이 충분히 반영됐는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지난 2004년 사명 변경 추진 당시 13억원이 들었는데 시민들의 혼란을 고려했을 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유동균 시의원은 "명칭 변경 과정에서 회사가 도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며 "신중해야 하고 특히 많은 예산이 수반되고 명칭 변경은 직접적인 효율성과는 관련이 없는, 포장지를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명칭 변경은 회사의 명운이 걸렸을 때 명칭을 변경한다든지 이 명칭으로는 도저히 사업을 할 수 없는 부정적인 이미지일 경우에 변경을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작 당사자인 SH공사는 사명 변경보다는 도시재생·주거서비스 브랜드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진희선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현재 SH공사에서는 브랜드 진단을 먼저 하고 있다"며 "그것이 어느정도 되고 나면 5월 경에 다시 사명 변경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서울주택공사로 공식 기관 명칭을 변경하기 보다는 좀 더 많은 논의와 토론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변창흠 사장 취임 후 도시재생 전문기관으로의 선언과 혁신방안까지 발표한 SH공사.

브랜드명 개발에 사명 변경까지 숙제들만 쌓여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