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19금? 방통위, 레진코믹스 상업적 흥행을 도와주나

입력 2015-04-20 02:56
수정 2015-04-20 12:00
▲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웹툰 ‘나인틴’(사진 = 레진코믹스)

고상한 명분은 그 안의 경제논리를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규제의 아름다운 명분은 질서의 유지라는 차원에서 이뤄지지만, 그것을 역이용하는 이들에게 이용되기도 한다. 규제의 모순이 가지고 있는 허점을 이용하려는 마케팅 전략은 오히려 자신들이 규제당하는 것을 활용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두려 한다.

형식적 민주주의 국가더라도 규제는 당장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른바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의 하나라고 볼 수 있고, 이런 주목경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은 표현의 자유나 예술창작의 자유라는 측면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려고도 한다.

관건은 그것이 실질적으로 공동체 전체의 구성원들에게 편익을 고루 누리게 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특히 음란성이나 섹슈얼리티를 규제하는 것이 이에 해당하는데 자칫 정치적 사안에 대한 과잉규제에 미치기도 한다.

고전파경제학에 따르면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공급이 그에 부응하는 선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디에 정확하게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신의 니즈에 대한 정보가 없을 뿐더러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존재나 대상에 대한 정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각종 마케팅 기법이 활용되거나 활개를 치는 것이다. 마치 인식하지 못한 니즈를 일깨우거나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홍보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즉 공급자들이 수요자인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홍보는 효과를 보이지 않고 조금 엉뚱한 존재가 개입하면서 값어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 엉뚱한(?) 존재는 바로 공공의 기관, 규제기관인 경우에 해당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위원회와 같은 심의기관이다.

한때 대중문화계에서는 19금 마케팅이 유행한 적이 있고, 이러한 면은 좀 덜하기는 하지만 여전하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심의기관의 규제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규제가 노이즈를 일으키면서 세간의 주목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주목이라는 것은 심의 기관이 개입할수록 상품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인식이 전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고서는 심의대상 콘텐츠가 우위점을 갖게 된다.

최근 레진코믹스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심의위원회의 차단과 해제 조치에 대해 여러 논란과 주장이 교차했다. 앞으로 최종 결정을 앞두고 더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인터넷에 얼마나 심의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음란물 여부를 기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그 작품성이나 대중성 모두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의 다양성에 제약을 가하고, 활발한 웹툰의 진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 단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많은 주목을 낳고 있는 웹툰 사이트가 음란한 내용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나름의 함의와 가치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는 자칫 독약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위축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의 개입이 해당 사이트의 가치를 높여주는 기능도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널리 화제가 되도록 만들고, 마치 진보적인 매체인 것처럼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될 때, 일부러 웹툰 매체들은 섹슈얼리티를 인지도 상승을 위해 인위적으로 조장하는 행태를 부추기게 된다.

콘텐츠 자체에 대한 권위를 높여준다. 자율규제를 통해 스스로 정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분별하게 음란성을 남발하는 매체는 스스로 도태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웹툰은 포털 매체를 벗어나 좀더 다채로운 시도와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문화적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면서 웹툰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같이 취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