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출격 예정이던 메릴 켈리는 우천으로 시즌 세 번째 등판 취소가 됐다. 2002년 현대에서 뛰었던 멜퀴 토레스 역시 비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사진 = SK 와이번스, 현대 유니콘스)
결코 비를 피해 갈 수 없는 것일까?
2015 프로야구가 개막한지 어느 덧 3주째로 접어들고 있다. 개막과 동시에 흥행 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궂은 날씨로 인해 경기 취소가 빈번한 것은 물론 우중충한 날씨로 팬들의 발길이 경기장을 외면하고 있다. 언제쯤 화창한 날씨로 많은 팬들이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할지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가 있으니 그 주인공은 SK 와이번스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다.
켈리는 SK가 올 시즌 12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단 1경기에 등판했다. 특별히 컨디션에 문제가 있거나 몸에 이상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비 때문이었다. 켈리의 이상 징후(?)는 시범경기부터 발생했다.
지난딜 10일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 등판이 예정됐지만 우천으로 취소됐고, 다음 날 등판했지만, 경기에 앞서 내린 눈으로 경기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날씨의 심술은 시즌 개막 후에도 계속 됐다.
지난 달 마지막 날 내린 비로 인해 켈리의 국내 무대 데뷔전은 1일에서 2일로 연기됐다. 그리고 2일 첫 등판에서 4이닝 동안 호투했으나 이 경기는 정식 경기가 되지 못했다. 비로 인해 경기 도중 노게임이 선언된 것이다.
결국 켈리의 국내 무대 진짜 데뷔전은 8일 kt 위즈와의 경기였다. 그후 시즌 두 번째이었던 1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 역시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등판은 또 한 번 연기됐다.
켈리의 탓이 아닌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기상으로 인해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면서 어느 덧 그의 별명은 ‘레인(rain) 켈리’로 통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에도 켈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2002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멜퀴 토레스다.
토레스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선수였다. 그런데 시즌 개막 후 등판은 예정대로 이뤄질 수가 없었다. 이유는 역시 비였다. 4월 그의 선발 등판이 예고된 5경기 가운데 무려 4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됐던 것이다.
당시에는 더블헤더가 있었기 때문에 등판이 다음 날 이뤄지기는 했지만 그의 이름이 예고되면 어김없이 비가 내리면서 경기가 취소. 토레스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비레스’로 통했다.
우연의 일치였지만 토레스의 우천 본능은 한국에서만 발휘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현대 김재박 감독이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도미니카에 도착했을 때, 상당한 비가 퍼부었던 것. 이로 인해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토레스가 한국행을 결정했던 날도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결국 토레스의 우천본능은 한국뿐만 아니라 그의 고국에서부터 이어진 것이었다.
당시와 비교할 때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올 시즌 초반 유독 비를 몰고 다니고 있는 켈리. 켈리가 언제쯤 비와의 인연을 끊고, 한국 무대에서 마음껏 피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