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리뷰] 맨유 vs 맨시티… ‘맨체스터더비’ 승부, 펠라이니가 갈랐다

입력 2015-04-13 15:39
수정 2015-04-14 01:04


▲ 마루앙 펠라이니가 13일 열린 ‘맨체스터더비’에서 맨시티 조 하트의 수비를 뚫고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사진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

4-2.

잉글랜드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13일(한국시간)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맨체스터더비’에서 맨유가 애슐리 영, 마루앙 펠라이니, 후안 마타, 크리스 스몰링 연속골로 맨시티를 4-2로 제압했다.

최근 페이스가 좋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하락세의 맨체스터 시티가 만나긴 했지만, 이처럼 홈팀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맨유는 4-2라는 스코어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과시했고, 맨시티에게는 활활 타오르는 맨유의 공격력을 막을 수 있는 체력도 정신력도 없었다.

잘 준비된 맨시티, 주도권을 장악하다

루이스 반 할 감독이 웨인 루니 ? 애쉴리 영 ? 마루앙 펠라이니 ? 안데르 에레라 ? 후안 마타 ? 마이클 캐릭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네 경기째 그대로 고수한 반면,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포기하고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원톱에, 다비드 실바와 제임스 밀너, 헤수스 나바스를 2선에 배치하는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이것은 맨유의 좋은 분위기를 의식한 페예그리니 감독이 자신들의 강점을 살리기보다는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음을 의미했다. 전반 20여 분 동안, 페예그리니 감독의 선택은 보답을 받았다.

맨시티는 밀너로 하여금 캐릭을 대인 방어하게 하는 변칙 전술을 꺼내들었다. 크리스 스몰링과 필 존스가 캐릭에게 패스를 주지 못하도록 막고, 강한 전방 압박으로 두 센터백의 공격 전개를 방해해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였다.

페예그리니 감독의 생각대로, 캐릭이 밀너에게 묶인 맨유는 앞선으로 볼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원정팀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자기 진영에서 수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맨유는 수비 조직에도 약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구에로에게 내준 선제골뿐만 아니라, 전반 초반 보여준 수비력은 여전히 맨유의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펠라이니, 맨유의 돌파구가 되다

그러나 맨유에는 펠라이니가 있었다. 캐릭을 통한 공격 전개가 어려워진 맨유는 중앙을 거치지 않고 수비라인에서 한 번에 펠라이니를 향해 롱볼을 올려주는 형태로 공격 전개 방식의 변화를 꾀했다. 이 결정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펠라이니가 앞선에서 공중볼을 전부 따내면서 맨유 진영에서 맨시티 진영으로 전장이 바뀌었다. 이것은 맨유의 약점인 공격 전개 문제가 해결됨과 동시에, 맨시티의 약점인 불안한 수비를 공략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었다.

이때부터 맨유는 토트넘전, 리버풀전, 아스톤빌라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영의 측면 돌파와 에레라, 마타,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조합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맨시티도 높이 올라온 맨유의 배후 공간을 한 번에 공략하며 동점을 노려봤지만 안정을 되찾은 맨유 수비진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되살아난 캐릭

63분, 경기 흐름이 또 한 번 요동쳤다. 후반 중반까지 캐릭을 밀착 마크하며 체력을 소진한 밀너가 빠지고 사미르 나스리가 교체 투입된 까닭이다. 밀너의 체력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공격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이 교체는 맨유가 더 멀리 도망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 됐다.

밀너가 빠지면서 캐릭이 다시 공격 전개의 중심으로 복귀한 맨유는 이전보다 훨씬 유려한 패싱 게임을 펼치기 시작했다. 캐릭을 중심으로 펠라이니와 에레라가 대각으로 서고, 마타가 횡으로 움직이며 만드는 삼각형, 사각형의 패스 루트가 복원됐기 때문이다.

후반 중반까지 펠라이니의 머리를 이용하는 단순한 패턴에 의존했던 맨유의 공격은 63분 이후 패스 앤 무브와 원터치 패스 기반의 화려한 패싱 게임으로 변화했다. 74분, 페예그리니 감독은 나바스 대신 프랭크 람파드를 투입해 다시 중원의 밀도를 높여보려 했지만 이미 승부는 완전히 기울어진 뒤였다.

페예그리니 감독의 준비는 좋았다. 맨유의 중심이나 다름없는 캐릭에게 대인 마크를 붙여 상대의 공격 리듬을 흐트러뜨리겠다는 생각은 영리했다.

문제는 야야 투레가 펠라이니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투레가 펠라이니와의 제공권 싸움에 밀리면서 맨시티의 전방 압박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빈센트 콤파니와 마틴 데미첼리스가 펠라이니를 막기 위해 전진하면서 배후 공간이 열리는 전술적 문제가 발생했다. 맨시티가 투레 딜레마를 하루빨리 해결하지 못한다면 4위 자리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반대로 맨유는 4-1-4-1 포메이션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습이었다. 공격 패턴의 다양화, 공격 전개 루트의 다양화 등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 중반까지 계속 지적되던 문제점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여전히 수비 조직력에 문제가 있고, 두 센터백의 공격 전개 능력에 약점이 있는 만큼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수비진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센터백 영입은 반드시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