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심과 불운 탓이 크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사진 = 맨체스터 시티 FC)
맨체스터시티가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경기에서 일격을 당하며 1-2로 패배, 2위 탈환에 실패했다. 전반 34분 글렌 머레이, 전반 48분 제이슨 펀천에게 연속 골을 허용한 뒤 후반 33분 야야 투레가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1위 첼시와의 승점차는 어느덧 9점. 첼시가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리그 우승은 어려워졌다.
팰리스전은 올 시즌 맨시티가 겪고 있는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맨시티는 69%에 달하는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22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기록상으로는 홈 팀을 완벽히 압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효율이 나빴다. 69%의 점유율 중 대부분은 팰리스의 밀집 수비에 막혀 무의미한 패스를 돌리는 데 쓰였고, 22개의 슈팅 중 골문 안쪽으로 향한 슈팅은 단 4개에 불과했다. 31%의 볼 점유율로 3개의 유효슈팅을 시도하고, 그중 2개를 득점으로 연결시킨 팰리스와 비교하면 맨시티의 공격 효율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맨시티의 공격이 답답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4-4-2 포메이션의 구조적 한계다. 4명의 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 2명의 공격수가 횡으로 늘어서는 4-4-2 포메이션은 모든 포메이션을 통틀어 구조적으로 가장 안정된 밸런스를 자랑하지만, 공격적으로는 패스 코스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시스템으로 꼽힌다. 모든 선수가 횡으로 늘어서는 만큼, 종 방향과 대각선 방향의 패스 코스를 확보하려면 볼을 갖지 않은 선수들이 활발하게, 또 영리하게 움직여 자리를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시티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낸 선수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다비드 실바밖에 없었다. 최전방에 머물러 있지 않고 2선으로 내려와 패스 코스를 만든 아구에로와, 중앙으로 들어와 팰리스의 미드필드라인과 수비라인 사이에서 움직이며 연결 고리 역할을 한 실바를 제외한 맨시티 선수들은 4-4-2 포메이션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맨시티의 공격은 아구에로와 실바의 개인 능력에만 의존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고, 정교하고 세련된 조합 플레이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둘째, 헤수스 나바스의 부진이다. 전술적으로 나바스는 맨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선수다. 왼쪽 측면에 배치된 실바가 사실상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나바스가 측면을 공략해줘야 상대 수비가 분산되고 중앙에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나바스는 주어진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 단 하나의 드리블 돌파도 성공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바카리 사냐와의 연계 플레이에도 미숙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 수비를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상대 수비는 자연히 중앙으로 밀집되므로 아구에로의 침투와 돌파, 실바의 창조적인 패스가 통할 여지가 없어진다. 오늘 경기에서 맨시티가 중거리 슛 이외의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했던 것은 나바스와 사냐가 팰리스 수비를 끌어내지 못한 책임이 크다.
현재 맨시티의 문제는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의 전술 문제와 선수들의 에너지 레벨 저하 및 부진이 결합된 결과다. 에너지 레벨이 떨어진 선수들이 이전처럼 활발히 움직이고, 압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톱 전술을 고집하다 보니 공격, 중원, 수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맨시티가 다시 우승 다툼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페예그리니 감독이 투톱을 포기하고 밸런스를 조정해 약점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톱을 사용하는 것은 철학이나 뚝심이 아닌, 독선과 고집일 뿐이다.
이날의 패배는 분명 오심과 불운의 탓이 크다. 하지만 그저 오심과 불운 탓으로 치부하기에는 전반적인 흐름 자체가 일관되게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페예그리니 감독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