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웠던 차두리의 은퇴식. 그러나 경기 내용은 아쉬웠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차범근 차두리 부자의 뜨거운 포옹은 이슬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운집한 축구 팬들의 가슴에 뭉클함을 선사했다. 13년 만에 국가대표팀을 떠나는 차두리의 뒷모습은 형용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러나 정작 경기 내용은 초라했다. ‘레전드’의 은퇴 경기라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선수단 평균 연령이 22세에 불과한 FIFA 랭킹 134위의 팀을 상대로 보여준 후배들의 경기력은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아시안컵 때부터 지난 우즈베키스탄전까지 반복된 볼 소유 능력 부족 문제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경기였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아래임이 분명한 뉴질랜드를 상대로 한국은 공격 전개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뉴질랜드가 앞선에서부터 압박을 가하고, 기성용을 집중적으로 견제하는 수비를 펼치자 우리 선수들은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부터 애를 먹었다. 볼컨트롤이 투박하고 판단이 늦었던데다, 앞선에 위치한 손흥민과 남태희, 한교원의 움직임이 좋지 못했던 탓에 뉴질랜드가 압박을 가하면 볼을 걷어내기 급급했기 때문이다.
전방으로 볼이 투입됐을 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볼 키핑이 되지 않아 좁은 공간에서 볼을 지켜내기 어려웠고, 볼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보니 패스를 통한 탈압박도 이뤄지지 않았다. 어렵사리 좁은 공간에서 빠져나오더라도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반대쪽 측면으로 공격 방향을 전환시키는 데 실패함으로써 공격 템포가 늦춰지고 다시 압박에 당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개개인의 능력 면에서도, 조직적인 측면에서도 준비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 볼 소유권 관리문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앞으로 한국이 더 효과적인 공격을 구사하려면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우선 공격 전개 과정에서는 앞선에 위치한 선수들이 더 활발히 움직여줘야 한다. 패스를 받으려는 선수만 움직여서는 볼을 가진 선수가 패스를 주기 힘들고, 패스가 전달된다 해도 곧바로 상대의 압박에 걸려 다음 플레이를 전개할 수 없게 된다. 안정적인 공격 전개를 위해서도, 공격 템포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도 활발한 제2, 제3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풀어갈 때도 볼을 갖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볼을 가진 선수 주위로 한두 명의 동료가 접근해줘야 패스 코스가 만들어지고, 동료에게 패스를 주고 움직이는 플레이를 펼쳐야 상대의 압박 강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원터치 패스와 패스 앤 무브로 상대 압박에서 빠져나온 뒤, 반대쪽 측면으로 빠르게 공격 방향을 전환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패턴은 현대축구에서 가장 빈번히 활용되는 공격 방식 중 하나다. 한국이 강팀일 수밖에 없는 아시아권에서, 상대의 밀집 수비를 넘어 득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격 패턴이 준비돼있어야 한다.
물론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평가전 내용과 결과를 두고 감독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리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다만 볼 소유권 관리 문제는 한두 경기에서만 나타난 문제가 아닌,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슈틸리케호가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