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윤맘의 육아타임즈]엄마들에게만 오는 '지름신' 극복법

입력 2015-04-01 16:28
엄마가 되고 나면 '지름신'의 분야가 바뀐다. 내 아이용품, 장난감 고민이 어딜 가든 나를 따라다니게 되니 참 오묘한 노릇이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주변 지인들의 아이들은 무슨 장난감을 가지고 있고, 장난감들 중 어디 장난감이 제일 좋은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어떤 집에는 아직 아기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장난감 가득이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윤이가 태어나기 전 아기 옷, 신발, 장난감 등을 다 준비해뒀다. 심지어 그 중에선 돌 지나야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도 있었다.

아직 가지고 놀 수 있는 시기가 아닌데도 자꾸 집에 새로운 장난감들이 생길 때마다 우리 남편 정진욱 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장난감을 사들이기 일쑤였다.

신기하게도 내 옷이나 내 물건보다 아이가 갖고 놀 것들에 자꾸만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엄마의 사랑...일까? 우리 딸 또래 친구네 놀러갔을 때도 "신기한 장난감이 있네"하고, TV 육아프로그램에 나오는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나오면 "뭘까" 유심히 보며 당장 인터넷 여기저기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가격 비교를 하는 것도 중독성이 있다. '우리 가윤이도 이거 잘 가지고 놀던데...사 주면 좋겠지?'라는 기대감을 갖고 정신을 차려 보면 결제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늘 장난감을 사고 나면 후회한다.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있는 반면, 거의 대부분의 장난감들은 샀을 때만 관심을 보이고 나중엔 거들떠 보지도 않는 신세가 된다. 결국 그 애들은 장난감 통에 얌전히 들어가 있다. 이런 모습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 점점 장난감 사는 일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도 미끄럼틀을 사줄까 했으나, 이제 날도 풀렸으니 놀이터 나가서 미끄럼틀 태워주는 게 낫다 싶어서 사지 않았다.

정작 사놓고 나면 부피가 커서 자리만 차지하고, 잘 가지고 놀지 않는 걸 알고 난 후엔 웬만해선 새 장난감을 사주지 않고 있다. 장난감 대여를 해 주는 곳도 찾아보면 많고, 지역 카페 등에서 싸게 파는 장난감을 사서 잠깐 쓰고 질리면 되파는 것도 조금만 부지런하면 가능하다. 그렇게 하면 다양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고, 비용도 새 장난감을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리고 '디스플레이'도 중요하다. 예전에 샀던, 하지만 잘 가지고 놀지 않던 장난감들을 가윤이의 놀이 공간에서 잘 보이는 위치에 하나씩 진열해 봤다. 그랬더니 전혀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이 장난감들을 하나하나, 하루 한 번씩은 꼭 가지고 놀고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아기 장난감은 종류가 많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딱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 몇 개만 있으면 충분한 듯하다.



우리 집에도 자동차 붕붕이 장난감이 종류별, 캐릭터별로 다섯 개가 넘었다. 이 중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딱 두 개다. 나머지 세 개는 없어도 되는 것으로 판단됐다. 그래서 주말에 가윤이 놀이방 정리를 했다. 가윤이 시기에 꼭 필요한 장난감을 제외한 나머지 장난감들을 과감히 정리했고, 그 결과 집이 정말 환해졌다. 방이 넓어지고 집이 깨끗해 보인다.

가윤이의 장난감을 많이 정리한 대신, 엄마와 함께 놀 수 있는 유아칠판과 가윤이를 위한 책상을 사 주었다.

그 뒤로 어린이집 다녀오면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집에 와선 책상에 앉아서 엄마와 같이 그림도 그리고 책을 읽는 척 한다. 책들을 종류별로 가지고와선 "봐봐~"하며 읽어주는 시늉을 할 때도 있다.

장난감들이 별로 없어지니,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림 그리기나 책읽기를 할 시간이 더 많아지는 장점이 생겼다. 가끔 장난감을 사주고 싶거나 장난감 놀이를 해주고 싶을 땐 한 번씩 키즈카페나 놀이터로 외출을 하며 만족하고 있다.

아직 내가 그런 말을 할 때는 아니지만 이것이 비움의 미학이라는 걸까? 둘째를 낳아도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 가윤맘도 육아를 하며 이렇게 또 한 수 깨달은 느낌이 든다. (정리=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예은 기자)



★tvN '푸른 거탑', '코미디 빅리그', '황금거탑'의 개그맨 정진욱과 그의 아내 송지연이 펼치는 ‘가윤맘의 육아 타임즈’는 송지연 씨의 출산 관계로 당분간 쉽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