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영어 쓰며 새학기? 국제학교 입학생들의 3월 적응기

입력 2015-03-30 13:01
3월, 새학기에 접어든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환경에 적응해가며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이 중 조금 특별한 선택을 통해 특별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바로 국제학교 학생들이다.



국제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 혹은 자녀의 진학을 앞둔 학부모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이전에는 막연히 외국인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외국어 습득과 다양한 환경에서의 경험을 위해 국제학교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국제학교 또한 한국 학생들의 선택권 내에 들어왔다.

흔히 생각은 해 봤지만, 접해보지 못했던 국제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중국의 북경에 위치한 세인트폴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적응 경험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북경 세인트폴 미국학교는 미-중 2개국 공동 졸업과정을 마칠 수 있는 특이한 국제학교이다. 미국 본교인 St. Paul Preparatory School과 중국 북경 내 10대 명문대학인 북경사범대의 제2부속중학과 상호학점인증 및 공동 졸업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졸업하면 미국 고교 졸업장과 중국 북경사범대학 제2부속 중학의 졸업장을 동시에 취득하게 되므로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중국, 홍콩 등 세계의 대학 진학이 가능해 대학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러나 그만큼 한국에서 한국어로만 수업을 하던 학생들에게는 새롭고도 어려운 도전이다. 언어의 장벽은 학기 초반 새내기들을 상당히 압박한다. 이들은 기대와 동시에 걱정했던 부분들이 입학과 함께 현실로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북경 세인트폴의 김동성 학생(12학년, 두 번째 사진 가운데)은 "초반 영어 수업 적응이 어려웠습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탓인지 성적도 잘 안 나오고 집중도 못해서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습니다"라며 입학 초기를 회상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 같은 언어의 장벽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했겠지만, 이와 더불어 학교 측의 지원이 단기간에 언어를 습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북경 세인트폴의 김연준 학생(11학년, 두 번째 사진 오른쪽)은 "처음 듣는 영어 수업을 처음에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는데, 선생님들께서 말을 할 기회를 많이 주시고 친절하게 가르침을 주셔서 짧은 시간에 영어 실력이 많이 늘 수 있었습니다"라며 선생님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영어와 중국어가 서툴렀지만 어려서부터 유학, 외국어에 대한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단시간에 충분히 극복이 가능했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에 위치한 국제학교인 만큼 중국어 수업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중국어 수업 또한 영어와 중국어로 진행되는 만큼 수업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무조건 언어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스파르타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받을 수 없는 다양한 방식의 커리큘럼과 외국인 친구와의 교류, 넓은 시야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므로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새내기 시절을 회상했다.



전원 기숙사에서 살며 교내에서는 영어와 중국어 외에는 쓸 수 없다는 규칙 또한 생활 속에서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킨다.

물론 언어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어린 나이에 가족들과 떨어져 타지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학기 초반 해외에 떨어져 나와 힘들었던 시기를 버텨낸 후 얻게 된 보람과 성취감이 자신들의 자양분이 됐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북경 세인트폴의 손인혁 학생은 "문제가 생겼을 때,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는 방법을 알게 됐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많은 걸 배웠고, 덕분에 사회 어디에 나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김연준 학생은 “저는 원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 학교에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생각을 가진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덕분에 소극적이었던 성격도 점차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친구들의 지지로 학생회 임원을 맡고 있습니다”라며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대해 뿌듯해 했다.

가치관이 분명히 정립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가족의 품을 떠나 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득과 실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이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쉽게 청소년기의 유학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꿈이 있는 학생들에게 해외의 국제학교는 한국의 일반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meili@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