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가 10대도 갖기 힘든 ‘물광 피부’로 모든 여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것이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선명하다. 아무리 관리를 열심히 하는 연예인이라지만 아이를 키우는 40대 여자가 그런 피부를 유지했다는 것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다수의 여자는 나이가 들면서 피부는 자연스레 시들기 때문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피부가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상태라고 여기고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40대 아줌마’가 어린 여자보다 더 좋은 피부를 가지고 있으니, 모든 여자들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뒤통수를 시원하게 맞은 여자들은 그 후부터 김희애처럼 빛나는 물광 피부를 갖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각종 스킨케어 브랜드에서는 물광 피부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제품을 내놨고, 이는 메이크업 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미스트와 수분크림으로 촉촉하게 만들어 놓은 피부를 드러내면서 결점은 커버할 수 있는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몇 년이 흐른 지금, 물광 피부에 열광하던 때는 지났다. '피부가 바뀌면 얼마나 바뀌겠느냐‘고 생각한다면 당장 생각을 뒤집어야 한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피부의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기 때문. 이에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내놓은 10개 브랜드와 함께 2015년 피부 트렌드를 알아봤다.
▲ 물이 흐를 듯한 촉촉함보다는 내추럴이 대세
물에 넣었다 뺀 것처럼 촉촉해 보이는 메이크업보다는 자신이 가진 피부를 살린 내추럴 메이크업이 트렌드다. 10개 브랜드 중 7개 브랜드에서 ‘내추럴한 피부’를 표현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꼽았다.
최희선 랑콤 수석 아티스트는 “2015년에는 세미 내추럴이 아닌 완전한 내추럴 피부 톤 트렌드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그 와중에 빛나는 피부 톤 연출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며, 커버력 보다는 피부를 일정하게 만들어주는 보정 개념이 더욱 커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랑콤과 마찬가지로 슈에무라 관계자도 “2015 피부 표현 트렌드는 RAW 메이크업의 ‘자연스러우면서도 건강한 피부’다. 뛰어난 커버력으로 피부를 완벽하게 커버하기보다는 피부 결을 살려 본래 피부인 것처럼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랑콤, 슈에무라와 함께 맥, 디올, 마몽드, 클리오도 같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물이 흐를 듯한 인위적인 광택을 살리려고 하기보다는 얇은 베이스로 피부 결을 살리되 컨실러를 사용해 잡티를 가리는 것을 추천했다. 결론적으로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것처럼 피부 본연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 세미 매트를 트렌드로 내세운 브랜드도 있다. 나스 관계자는 “이번 시즌 베이스 메이크업 트렌드는 윤곽 베이스다. 예전에 유행했던 물광이나 윤광이 아니라 세미 매트해서 자연스러운 광이 흐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윤광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브랜드도 있다. 바비브라운은 “2015 S/S 뉴욕 패션위크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메이크업은 리얼 스킨과 제로 스킨이다. 화사하고 결점 없는 완벽한 피부보다는 피부 본연의 건강함에서 나오는 윤기를 표현하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라고 전했다. 조성아22는 “깨끗하고 건강해 보이는 피부가 트렌드다. 피부 속부터 차오르는 광으로 건강해 보이는 피부를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 이제는 완벽한 커버보다는 피부 톤에 집중
보통 메이크업을 막 시작한 이들은 얼굴에 있는 온갖 잡티를 커버하려고 애쓴다. 때문에 메이크업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 중 대표적인 것은 손톱으로 긁으면 긁힐 것 같은 두꺼운 메이크업이다. 하지만 이제는 얼굴에 있는 잡티를 다 커버하겠다는 마음가짐은 고이 접어도 된다. 2015년 피부 트렌드는 ‘커버력’보다 ‘피부 톤 균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10개 브랜드 중에서 9개 브랜드가 커버력보다는 피부 톤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애경 루나 관계자는 “내추럴 누드스킨 메이크업이 유행할 전망이다. 맑고 투명한 피부표현을 위해 파운데이션을 소량만 사용하고, 눈에 띄는 잡티는 컨실러로 커버한 가벼운 느낌의 메이크업이 이번 시즌의 핵심이다”라고 피부 톤을 맑게 하라고 설명했다.
클리오는 가릴 것은 가리지만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클리오 관계자는 “피부 톤이 얼룩지거나 잡티가 보이는 피부는 지저분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즉, 가릴 것은 다 가리지만 인위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맥은 “이번 시즌은 리얼(Real)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내추럴 메이크업이 트렌드기 때문에 본연의 피부 톤을 자연스럽게 보정하면 된다”고 말했고, 디올은 “대다수의 여자는 자연스럽고 생기 있게 빛나는 베이스 메이크업을 선호한다. 답답한 느낌은 주지 않고, 화사하고 매끄러운 피부를 표현하는 것이 트렌드다”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사용하는 브랜드인 마몽드도 자연스러움이 살아 있는 세련된 피부를 꼽았다. 적당량을 얼굴 전체에 발라 피부 톤을 균일하게 하고, 컨실러 브러시에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발라 필요한 부위에 바르면 된다고 마몽드 관계자는 말했다.
반면 나스는 커버력이 좋은 파운데이션을 내놨다. 프랑수아 나스는 한 인터뷰에서 “커버력이 높은 파운데이션을 만든 것이 처음이다. 그렇다고 메이크업이 두꺼워지는 것은 아니다. 얼굴을 가리진 않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며 내추럴하면서도 커버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TV 블루뉴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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