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제조업 부활정책…‘리쇼오링 업종주’가 크게 오른다

입력 2015-03-24 09:30
수정 2015-03-30 07:53
한 나라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된지 꽤 오래됐다. 독일, 일본, 한국 등과 같은 전쟁 폐허국과 인도, 브라질 등과 같은 후발 개도국들은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을 채택했다. 이들 국가들이 산업정책을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이든 저소득 등으로 국내자본 축적이 불충분하면 특정산업으로 생산요소를 집중시켜 경제발전 단계를 압축시키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산업정책의 대상으로 어떤 산업을 집중 육성시키느냐는 부존자원 보유정도, 국민성 등 해당국가가 갖고 있는 성장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외부성(externality)'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외부성은 외부경제 효과(external effect)와 외부불경제 효과(disexternal effect)로 구분된다. 외부경제 효과란 사적 비용(private cost)보다 사회적 비용(social cost)가 매우 적거나 사적 혜택(private profit)보다 월등히 큰 사회적 혜택(social profit)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다른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큰 산업이 이에 해당한다.

경제발전 초기에 산업정책의 대상이 되는 것은 외부경제 효과가 큰 산업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에서는 산업정책의 대상이 된 중화학과 같은 전략산업 육성시 허쉬만 교수의 ‘전후방 연관효과(forward & backward linkage effect)’가 큰 산업을 선정한 것이 다른 국가와 다른 점이다.

산업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공급능력이 확충될 시점에 때맞춰 수요가 얼마나 창출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나 성공한 국가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시기를 2차 세계대전 이후로 한정한다면 산업정책을 통해 압축성장에 성공한 국가로는 전쟁 폐허국으로는 독일과 일본, 후발 개도국 중에서는 한국이 꼽히고 있다.

초기 산업정책이 성공해 어느 정도 경제발전 단계에 올랐어도 그 이후 지속 성장 산업을 마련치 못해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져 경제전발 단계가 후퇴한 국가로는 아르헨티나와 필리핀 등으로 이들 국가들은 각종 위기에 시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 단계에서 국제분업화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산업정책에서 글로벌 정책으로 이전한다.

하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내수에 비해 생산능력 확대속도가 훨씬 빨라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함으로써 글로벌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 각국간 경상수지 불균형은 환율조정을 통해 일정부분 해소돼야 하나 신흥국들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자국통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다.

선진국의 저금리 기조로 투자수익률이 낮아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의 빠른 성장세, 자본시장 개방도 확대 등을 배경으로 동 지역으로 대거 유입된다. 세계 투자자본 유입액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의 10%대에서 최근에는 40% 가까이 상승했다. 이 같은 자금흐름은 신흥국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으나 빈번한 외환위기를 낳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려되는 지금도 똑같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화가 진전되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간에는 소득격차가 현저하게 확대됐다. 1960년 선진국 소득의 8% 수준이었던 저소득 개도국의 1인당 GDP는 2000년에는 1%내외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중 중소득 개도국의 1인당 GDP도 11%에서 5%내외로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UC 얼바인의 포메란츠 교수는 선진국 입장에서 ‘위대한 발산(great divergence)'라 부른다.



하지만 세계화가 급진전된 2000년대 들어서는 개도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선진국과의 소득격차가 축소됐다. 솔로우의 성장모델에 따르면 특정국의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자본은 혼잡비용(red tape)으로 적은 국가가 빠르게 많은 국가를 추격한다고 봤다. 포스너의 기술격차이론에서도 후발국은 선발국의 지식과 기술을 흡수함으로써 압축성장(reduce growth)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의 마틴 울프는 ‘위대한 수렴(great convergence)’이라 부른다.



‘위대한 발산’과 ‘위대한 수렴’간의 논쟁은 실증적으로 그동안 추진된 세계화 성과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런 시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산업정책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는 점이다. 한때 정보기술(IT) 산업에 주력했던 각국의 산업정책이 금융위기 이후에는 해가 갈수록 제조업을 다시 중시하는 ‘제조업 부활정책’을 추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가장 선도하는 곳은 미국이다. 오바마 정부 취임 이후 고용창출계수가 높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각종 세제지원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도 엔저를 통해 제조수출업의 부활에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유럽도 세일가스 개발로 생산여건이 크게 개선된 미국으로 이전하는 자국기업을 잡아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을 중시할 때 추진 방법에 있어서도 종전과 다르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미국이 주력하고 있는 ‘리쇼오링(reshoring)1’ 정책이다. ‘리쇼오링’이란 아웃 소싱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미국 기업들을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1990년대 이후 유행해 왔던 글로벌 정책에 역행하는 산업정책의 부활인 셈이다. 산업정책과 글로벌 정책을 놓고 논쟁은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