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마침내 신한은행을 제치고 왕좌 탈환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습니다!”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은행간에 치열한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던 순간 올해 여자농구 최강자를 가리는 챔피언 결정전은 우리은행과 KB스타즈(국민은행)의 승부로 귀결됐습니다.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이 오는 22일 일요일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내기 행장인 윤종규 국민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간 결전에도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은행간 챔피언 결정전 경쟁은 농구 코트를 넘어 금융사간, 행장·임직원간 장외 자존심이 걸려 있고 임직원들의 사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행장 취임 이후 조직 추스르기, 계열간 시너지, 인사, 기업가치 제고 등에 전념해야 했기에 눈코 뜰 새 없었던 두 행장이 농구단의 챔피언 등극으로 우승기를 흔들 수 있다면 리프레쉬 요인이자 금융 업무에서도 또 다른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물론 두 은행장이 경기장에 동반 출격해 조우하게 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는 없습니다.
다만 이광구 행장의 경우 1·2차전이 정규리그 우승팀인 우리은행의 홈 구장인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리는 만큼 춘천을 직접 찾아 농구단을 격려하고 고객이자 농구단 팬인 현지 관중들과 소통에 나설 계획입니다.
우리은행 농구단은 몇 년전만 해도 만년 최하위 팀이었지만 최근 강한 수비, 조직력, 뛰어난 개인기, 감독의 지략까지 더해지며 연승 기록을 갈아치우고 정규리그를 제패하는 등 무적(無敵)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윤종규 국민은행장은 1·2차전이 원정인 춘천에서 열리게 돼 TV나 내부보고 등을 통해 KB스타즈의 경기 결과를 접하겠지만 1·2차전 결과에 따라 3·4차전이 열리는 청주 실내체육관 출격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윤종규 행장께서 취임 후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여자농구와 관련해 내놓고 표현하지는 않고 있지만 선전을 기원하는 것은 윤 행장님 이하 모든 임직원의 바람”이라고 귀뜸했습니다.
윤종규 행장의 경우 취임전 KB 수장으로써의 소명중 하나로 “무너진 자긍심 회복, 가슴에 달린 KB배지가 다시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보탬이 되는 여자 농구의 쾌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챔피언 결정전 1·2차전에서는 윤종규 행장과 이광구 행장의 직접적인 장외 격돌은 없겠지만 1·2차전의 결과에 따라 이광구 행장이 3·4차전에 청주를 방문할 경우 또는 양 팀이 나란히 4차전까지 2승2패를 기록할 경우 최종전에서 새내기 두 행장간 조우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5전 3선승제인 챔피언 결정전에서 어느 한 팀이 초반 연승을 달리거나 연패를 하면 조우할 가능성이 적어지지만 두 팀이 호각세를 벌일 경우 4차전이나 5차전 정도에서 우승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즌 내내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인 우리은행이 다소 우세하다는 평이 주를 이루지만 우리은행이 한 시즌 7패 밖에 하지 않았는 데 이가운데 절반 가량인 3패가 KB국민은행한테 패한 것이고 시즌 전적도 4승 3패로 호각세입니다.
또한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리그 2위였던 신한은행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이기고 올라왔고 챔피언 결정전이 단기전인 만큼 승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듯 합니다.
승부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양팀이 접전을 벌이게 돼 3·4차전이나 최종전인 5차전에서 윤종규 행장과 이광구 행장이 악수를 나누며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구호를 목청껏 외치는 농구장 ‘결전’이 성사될 지 또 다른 금융권의 관전 포인트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금융사인 은행과 여자농구를 어떻게 보면 별개의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농구단의 성적, 금융의 역사만 잠시 되돌아 봐도 사연이 많은 터라 공통 분모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자 실업농구 시절에는 우승을 밥먹 듯 하던 KB국민은행은 실업농구 시절 만큼은 적수가 없을 정도로 최강자였지만 여자 프로농구 출범 이후에는 한 번도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무관의 제왕입니다.
한 때 국민은행이 외형과 순익 등 전 부분에서 선두를 기록하며 리딩뱅크로 자리 잡았었지만 각종 사태 등으로 위상이 추락하며 신한은행을 뒤쫒는 최근의 행보도 농구의 그것과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은행은 오랜 역사와 기업 금융등에서 업계 수위 자리를 놓고 다른 은행들과 경쟁해 왔지만 금융지주사 해체 등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다시 환골탈태를 통한 변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만년 꼴지에 머물던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이 변화를 통해 여자농구 최강자 반열에 올랐듯 우리은행도 체질개선과 효율 강화, 팀웍, 개인 역량, 조직 탑팀의 전략을 통해 민영화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농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농구에 각별함을 보였던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신임 이광구 행장 역시 농구팀의 선전을 직접 취임사에서 언급하며 강한 은행이 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도 궤를 같이 하는 부분입니다.
여자 농구가 이전의 실업 농구 만큼, 재벌 총수들이 경기장을 즐겨 찾는 프로야구만큼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지만 은행들의 관심과 지원으로 침체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농구단의 멋진 경기, 코트 밖에서 벌이는 두 행장간 장외 결전은 침체돼 있는 은행업에 또 다른 활력이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농구장에서 벌이게 될 양팀 간 농구 그 이상의 경쟁, 새내기 두 행장간 코트 밖 결전에서 과연 결국 누가 웃게 될 지. 은행간 전쟁의 대리전양상인 챔피언 결정전에 관심이 가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