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금리 인하 전망‥한국은행, 시장 소통 실패

입력 2015-03-18 15:34
수정 2015-03-18 17:40


사상 첫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린 지 일주일도 안돼 추가적인 금리 인하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연 2%에서 1.75%로 0.25% 포인트 인하했습니다.

금통위의 결정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또 전격적으로 이뤄져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실제 금통위가 열리기 전 금융투자협회가 조사한 결과 채권전문가 10명 가운데 9명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인하 배경에 대해 "경제 성장세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해 금리를 내려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번에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현재의 금리 수준은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따라 기준금리 결정이 양방향으로 열려있다는 점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증권사와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은행이 또 한번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은 경기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세계 주요국가들의 통화 완화 물결이 지속되면서 올해 안에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 증권사들은 올해 2분기 중 기준금리가 1.5%로 낮아질 것으로, 또 당장 다음달 금통위에서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투자은행들 역시 오는 4월에서 7월 사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민간소비 위축으로 내수 회복세가 더딘 데다 저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율 둔화 등으로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전망은 정반대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면서 이주열 총재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식 때부터 줄곧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이번달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 직후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가 전혀 없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가 조금 늦게 열려 의사록 공개시기가 금리 결정 직전에 공개됐다"며 "시그널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금통위 의사록 공개시점도 시장과의 소통원활화 차원에서 필요할 때는 조정을 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의사록 공개 시점이 아니라 이주열 총재의 오락가락식 발언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경기 진단과 가계부채 문제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발언이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는 시장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 결국 '불통 중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고 퇴임했습니다.

한국은행에서 35년간 주요 보직을 맡는 등 '정통 한은맨'으로 꼽힌 이주열 총재가 자칫 김 전 총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