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LIFE] ⑬ 전설이 되어가는 친구, 남생이

입력 2015-03-13 16:22


만물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을 지나, 곳곳에서 봄 기운이 드밀고 있다. 한반도에 뿌리를 둔 몇 안 되는 ‘토종' 거북이 남생이도 10월 말~11월 초부터 시작된 긴 동면기를 마치고 콧대를 세우기 시작했다.

과거 무리 지어 일광욕하는 모습을 두고 ‘남생이 줄 서듯 하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일상에서 친숙하게 볼 수 있었던 남생이는 10여 년 사이 전국적으로 그 모습을 만나기 힘들어졌다.

SEA LIFE 부산아쿠아리움 강현우 아쿠아리스트는 “외래종 붉은귀거북의 유입이 개체 수 변화의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결국은 환경파괴와 무관심이 토종거북이 남생이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 셈”이라며 “남생이의 경우, 다른 거북이들과 비슷한 생김새 탓에 일반 재래시장에서도 흔히 섞여 판매되고 있지만, 이는 엄연한 불법행위라는 경각심 제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겨울이 되면 진흙 속으로 들어가 동면에 들어가는 남생이는 6월~8월경 번식기가 되면 물가 모래나 부드러운 흙 속에 구멍을 파서 5∼15개의 알을 낳는다. 이후 자신의 배설물을 뿌려 단단하게 만들어 덮어 알을 보호한다. 알은 약 2개월 정도가 지나면 부화한다.

다 자란 성체 남생이의 등껍질은 20-25cm 정도로, 더러 30cm 이상의 큰 개체도 있다. 실제 남생이는 국내에 서식하는 거북이종 중 가장 단단한 등껍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먹이사슬 최상위층에 있는 수달도 남생이를 잡아먹기엔 무리가 따른다. 식성은 잡식성으로 물고기•갑각류•수생식물 따위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딱딱한 등껍질이라는 강력한 방어수단과 긴 수명 덕분에 강한 생존력을 자랑하는 남생이지만 서식지 파괴와 한약재로 사용하기 위한 무분별한 포획 등에 그 개체 수가 급감하여 오늘날 천연기념물 453호,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강현우 아쿠아리스트는 “남생이의 경우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게 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한반도에 뿌리를 둔 토종 생물로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남생이가 사라져가는 특별한 전설보다는 곁에 있는 친구로 남을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