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알맹이 빠진 '현금' 상생

입력 2015-03-13 13:57
<앵커>

대형 유통업체들과 중소상인들이 갈등이 쇼핑몰이 오픈할 때마다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습니다.

공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상생이 아닌, 현금 지원을 통한 '땜질식 처방'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김포에 개장한 한 아울렛입니다.

이 아울렛은 개장 과정에서 100여개가 넘는 중소 매장이 모여 있는 인근 쇼핑단지와 상생협약을 맺었습니다.

아울렛 개장으로 인한 지역 상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섭니다.

'상생금' 명목으로 21억원을 지원하고, 중복 브랜드 입점을 3년 동안 20개로 제한한다는 것이 협약의 골자입니다.

<인터뷰> 조성주 김포패션조합 이사장

"저희들 같은 경우 매출이 감소됨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비춰질 수 있고 우리 70명만으로는 힘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협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개장한 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확인해 보니 중복 매장은 26개에 달했습니다.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입니다.

더구나 협약 기간으로 정해놓은 3년이 지나면, 아울렛이 중복 브랜드를 늘리는데 제한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울렛 측은 협의가 끝난 사안이라고만 강조합니다.

<인터뷰> 아울렛 관계자

"중복브랜드를 포함해 지역상권과의 합의는 이미 원만하게 이뤄졌습니다"

협약을 주재한 김포시청은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포시청 관계자

"어떤 브랜드를 취급하는지, 언제부터 적용하는지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울렛과 상인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확히는 모릅니다"

이런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해 수원시에 오픈한 한 쇼핑몰도 전통상인들과 마찰을 빚다 결국 22개 전통시장에

140억원을 지원하고 상생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하지만 오픈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원금만 일부 전달할 뿐, 애초 계획과 달리 구체적인 상생 방안에 대해서는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장을 위해 서둘러 돈으로 상생 협약을 맺고 난 후, 어물쩍 약속을 어기는 사례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위반 사항을 적발해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어 허가를 내준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인터뷰>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

"결국은 소비자한테 이런 비용이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보아야 합니다"

상생의 의미가 무색해진 상황,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이문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