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어디서 봤는데...어디더라?'하는 배우가 있다. KBS1 대하사극 '징비록'에서 톡톡 튀는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여배우 한가림이 그렇다. 배우로서 한가림이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그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소극장에서의 연극, 뮤지컬, 창작극 공연 경험을 두루 쌓은 기본기가 된 배우다. "연기력은 보장됐겠다"라는 칭찬에 한가림은 "방송은 또 녹록치 않네요"라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한가림은 작은 비중이지만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다져왔다. 영화 '타투이스트'에서는 강간을 당하는 여성으로 등장해 20대 여배우가 소화하기 힘든 역할을 완벽히 소화했으며, SBS 드라마 '모던파머'에서는 곽동연의 첫사랑 '떡볶이 누나'로 등장해 순수함과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MBC '오만과 편견'에서는 정혜성과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으며, MBC 단막극 '기타와 핫팬츠'에서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호흡을 맞춰 걸그룹 '팅커벨'로 완벽 변신해 뛰어난 춤 실력과 몸매를 과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KBS1 대하사극 '징비록'에 유쾌한 캐릭터 '동동' 역을 맡아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20대 여배우 품귀현상'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 요즘, 밀도있는 활동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당당하게 "20대 씬 스틸러 여배우를 꿈꾼다"고 밝힌 한가림을 만났다. 다음은 한가림과의 일문일답.
-'징비록'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사실 사극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사극과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고...그런데 '징비록' 오디션 전날 연락을 받았어요. 욕심이 나서 밤새 '정도전'을 보면서 연습했죠. 오디션이 3차까지 있었는데 운 좋게 캐스팅 될 수 있었어요."
-KBS1 대하사극이다. 게다가 쟁쟁한 선배들과 연기하게 된 기분이 어땠나.
"잠을 못 자는 스타일이 아닌데 첫 촬영 전날에는 잠을 못 잤어요. 누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현장에 가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연기를 잘 하시고 오래 하신 분들의 이미지가 무서웠는데 오히려 잘 챙겨주시고 너그러우셔서 정말 감사해요."
-상대 배우 정태우와의 호흡은 어떤가?
"정말 '정태우 선배님이 상대 배우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나'할 정도로 감사해요. 거의 선생님 뻘이신데 디렉션도 많이 해주시고 무척 의지가 돼요. 전체적으로 '징비록'이 무거운 분위기잖아요. 제가 나오는 장면이 약간 쉬어가는 부분이에요. 정태우 선배님과 치고박고 하는 액션 아닌 액션, 코믹한 요소들이 많은데 선배님이 늘 "더 세게 때려"라며 편하게 해주세요."
-야외 세트장에서 진행되는 사극 촬영이 힘들진 않은지?
"아직 많이 힘들진 않아요. 아! 그런데 추운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첫 촬영 때는 정말 울 뻔했어요. 이건 말이 안 되는 추위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다음 촬영 때는 핫팩을 엄청 붙였어요. 그랬더니 배에 화상을 입은 거예요(웃음). 경험이 있으면 적당히 할텐데 경험이 없으니까... 그냥 마구 껴입고 있어요. 화면에 부하게 나오는데 추운 걸 못 견디겠어서 포기했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꼭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제가 늘 발랄하고 통통 튀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여배우로서 청순가련한 역할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진짜 해 보고 싶은 캐릭터는 완전 '쎈' 캐릭터에요. 악녀 혹은 살인마라거나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영화, 방송, 공연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했다.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장르는?
"지금은 방송이 가장 흥미로운 것 같아요. 바로바로 모니터가 가능하니까 내가 연기한 모습을 보고, 매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그때그때 피드백이 가능하니까 재미있어요. 다르게 생각하면 연극이나 뮤지컬은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고 연기하니까... 또 그런 매력이 있죠. 저 때문에 울고 웃는 관객들의 모습에 희열을 느껴요. 각자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배우는?
"좋아하는 배우는 많아요. 처음 깊이 빠져들고 좋아하게 된 배우는 문소리 선배님이에요. 영화 '오아시스'를 보고 전 당연히 장애를 가진 배우인 줄 알았어요. 그게 연기였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죠. 또 라미란 선배님 무척 좋아해요! 전에 tvN '막돼먹은 영애씨'에 잠깐 출연하면서 뵌 적이 있는데... 눈치만 보다가 말을 못 건게 생각나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아합니다."
-'씬 스틸러'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어릴 때부터 작품 속 주연배우보다 조연배우에게 눈길이 갔어요. 류승룡, 유해진, 이문식 등등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시는 분들을 정말 좋아했어요. 지금은 주연급 배우가 되셔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계시는데, 다들 잘 되셔서 정말 좋지만 내심 팬으로서 빼앗기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웃음)"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류승룡 선배님을 정말 예전부터 좋아했어요. 영화 '거룩한 계보'에서 류승룡 선배님이 휘파람을 부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가능하다면 류승룡 선배님과 작품 안에서 러브라인으로 만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웃음)."
-어떤 배우가 되고싶은가.
"감초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그런 배우들에게 많은 감동을 받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감동 받은 만큼 작품을 통해서 또 돌려 드리고 싶어요. 제가 욕심이 많아요.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앞으로 다양한 모습 많이 보여드릴게요."
글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meili@bluenews.co.kr
사진 한국경제TV 박성기 기자 musictok@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