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야구팬들은 이름도 생소하겠지만 '풍운아' 최향남(44)이 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야구를 이어가기로 해 화제다.
포스팅 최고 응찰액 101달러에 미국 진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입단 등 이색적인 경력을 쌓아온
오른손 투수 최향남이 또 한 번 놀라운 선택을 한 것.
지난해 팀을 해체한 원더스 관계자는 10일 "최향남이 오스트리아 세미프로리그 다이빙 덕스와 계약했다"고 전했고
다이빙 덕스도 "한국 프로야구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최향남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SK 와이번스와 원더스에서 뛴 투수 황건주(26)도 최향남과 함께 다이빙 덕스에 입단하기로 결정,
두 사람은 이달 25일께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
다이빙 덕스는 3월 30일(한국시간) 체코, 크로아티아 세미프로팀과 친선경기를 가진 후 최향남 환영 파티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다이빙 덕스는 구단 홈페이지에 최향남의 이력을 자세히 소개하며 "최향남의 나이를 보고 섣불리 기량을 판단하지 마라.
그는 오스트리아 야구에 많은 것을 선물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입단 환영파티를 연다는 내용의 포스터도 제작했다. (다이빙 덕스 제공)>
오스트리아 북동부 비너 노이슈타트를 연고로 한 다이빙 덕스는 세미프로 1부리그에 속한 팀으로
고교 시절까지 선수로 뛰고,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크리스 옥스프링과 쉐인 유먼 통역을 했던
하승준(32)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총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1부리그에는 6개 팀이 있는데 팀당 정규시즌 20경기를 치른 후 1·2위는 유럽 챔피언을 가리는 유로파리그에 출전한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세미프로리그 경기력은 한국 고교야구 1∼2학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향남이 '던지는 것'에 의미를 두고 오스트리아행을 택했다는 점에 다른 의견을 다는 이는 거의 없다.
최향남의 야구 인생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최향남은 1990년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에 입단해 2005년 시즌을 마치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꿈꾸던 빅리그 마운드는 결국 밟아보지 못한채 2007년 국내로 돌아와 롯데에 입단했다.
2008년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 진출을 추진했다.
롯데는 최향남의 미국 진출을 허락했고, 최향남은 101달러의 '상징적인 금액'만 제시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했다.
최향남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로 남았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도 실패했다.
최향남은 메이저리그 문턱을 넘지 못했고,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2년 KIA로 돌아왔다.
최향남은 2013년 시즌 종료 후 KIA에 방출을 요청하고 다시 미국 진출을 추진했지만,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고 2014년 원더스에 입단했다.
팀이 해체되면서 개인 훈련을 하던 그는 또 한 번 새로운 길을 개척,오스트리아로 가는 것이다.
최향남은 한국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293경기 54승 27패 24세이브 14홀드, 방어율 4.05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성적은 79경기 18승 9패 평균자책점 2.81.
한국 1군,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 독립리그에 이름과 기록을 새긴 최향남이 오스트리아 세미프로에도 발자취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