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GFC] 스티글리츠 교수 "막대한 통일비용..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이뤄져야"

입력 2015-03-10 13:14
수정 2015-03-10 17:29


[한국경제TV 최경식 기자] 9일 한국경제TV와 한경미디어그룹은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통일,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2015년 세계 경제 금융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9일과 10일 양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이완구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최경수 한국거래소이사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 경 재계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첫날 연사로 참가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기조연설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의 대담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성장전략에 대해 이야기했다.

"통일은 도전이자 기회.. 통일전략 제대로 관리해야"

기조연설에 나선 스티글리츠 교수는 "통일은 한국에게 경제적 도전과 기회를 모두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에 대한 전략이 제대로 관리되면 기회를 만들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 통일을 예로 들면서 "공산주의의 종말과 시장경제로의 이행은 GDP로 측정되는 경제실적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했지만, 통합방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동독은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한이 통일되면 두 통화가 통합되는 환율, 북한에 대한 임금정책 및 투자전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남북한 통일 비용이 독일 통일 비용이었던 2조 달러(약 22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동서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남북한 간의 커다란 경제적 격차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2조 달러는 독일 통일 비용을 토대로 단순 추산한 숫자"라며 "동서독에 비해 남북한의 경제 격차가 더 큰 만큼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비용지출이 많더라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진다면 "통일은 축복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8000만 내수시장'이라는 기회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남북한 간 경제적 격차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선행돼야"

스티글리츠 교수는 통일이전에 남북한 간의 경제적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북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그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전략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남한과 북한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북 인프라 및 기타 공공지출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면서 "한국은 이와 같은 비용을 감안해 지금 가능한 한 많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한 성장전략의 핵심으로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려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꼽았다. 투자를 확대해서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을 도모하고 세수를 확보해나감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의 토양을 다져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보다 살기좋은 도시건설과 혁신 지향적 경제를 추구해야 비로소 한국이 탄탄한 재무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여건이 튼튼하기에 선진국보다 더 크게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담보대출과 같은 가계부채를 통해 내수를 살려나가는 정책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우려할만한 수준이며 부채를 늘려 내수를 진작시키는 정책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