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연례서한서 '배당' 언급…무배당 원칙 깨지나

입력 2015-03-01 16:27
수정 2015-03-01 21:08
5월 1일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릴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총회가 혼돈에 빠지게 됐다. 버크셔가 고수하던 '무배당 원칙'이 깨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84)은 28일(현지시간) 투자자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을 통해 지난해 사업 실적을 포함한 회사 경영과 사업 방향 등을 전했다.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앞으로 10~20년 사이에 버크셔의 실적과 자본이 재투자를 허용하지 않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이를 분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10년 이상 긴 호흡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987년 11월 상장한 이래로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배당보다는 재투자를 통해 주식 가치를 올리는 것이 주주들에게도 이득이라는 게 버핏의 지론 때문이다.

버핏은 서한에서 "주주투표에서 98%의 주주들이 이익을 배당 대신 재투자하는데 써달라고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실제로 이런 방법을 통해 버크셔의 주식 가치는 버핏이 경영을 시작한 50년 전보다 7만5100배 올랐고, 지난해 기업가치는 183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평균 21.2%의 수익률이 복리의 마법을 이용해 주당 22만2285달러(약 2억4400만원)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황제주'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버핏은 투자를 통해 이전과 같은 수익을 얻기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버핏은 버크셔가 향후 재정과 관련된 문젯거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 안목보다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라고 주주들에게 주문했다.

한편 버핏과 그의 동업자 찰리 멍거 부회장(91)은 매년 2월 마지막 날 투자자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해왔는데, 올해는 지난 반세기의 업적과 향후 비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후계 구도에 대해 언급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버핏은 "최고경영자로서 나의 뒤를 이을 적합한 사람이 이미 버크셔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그는 어떤 점에서는 나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멍거 부회장은 연례 서한을 통해 "버핏이 곧 물러날 것으로 가정할 때 그의 후임자들은 그저 보통의 능력을 지닌 사람들은 아닐 것”이라며 “아지트 제인(63) 재보험 사업부 대표와 그레그 아벨(53) 에너지 사업부문 대표는 ‘세계적인 수준(world-class)’으로 묘사될 만한 능력을 입증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