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조선업계의 경영악화가 정부재정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는 등 중공업계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확보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앵커>
OECD가 한국 조선업에 대해 경고하는 메세지를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산업팀 신인규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 기자. 오늘 언론에 공개된 보고서 내용은 앞선 리포트를 통해 살펴봤는데요. 국가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을 만큼 현재 우리 조선업계가 어렵다고 봐야 합니까?
<기자>
OECD가 지적한 부분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국내 산업 비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조선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조선사의 EBITDA, 그러니까 기업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에서 법인세 등을 빼기 전의 영업이익을 일컫는 말인데요. 이 EBITDA 대비 부채 비율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에는 1.5배 미만이었지만 2012년 이후 6배 이상으로 부풀어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간주되는 3배를 넘어섰습니다.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의 선박금융 등 정부의 수출보증 규모도 확대되면서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의 위험 노출도 커졌다고 보고서는 평가했습니다.
보고서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여기에 더해 추가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21조1천억원이고, 이 가운데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77%로 업종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조선업이 자칫 더 흔들리게 되면 금융권 등 연쇄적인 파장효과가 적지 않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우리에게 안 좋은 소식은 또 있습니다.
최근 지난달 국가별 월별 수주량이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성적표를 살펴보니, 일본이 월별 수주에서 7년만에 세계 1위를 달성했습니다.
엔저를 등에 업고 일본이 살아나고 있는 건데,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악재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앵커>
어려운 것은 맞다. 그런데 조선업 어렵다는 것, 우리 이미 알고 있지 않습니까? 보고서에서 추가적으로 더 경고한 것이 있습니까?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고서에서 나온 통계의 대부분은 2012년이고, 조사는 지난해까지 실사팀이 방문해 이뤄졌습니다. 보고서와 현실 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해외에서 우리 조선업계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것은 사실이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보고서들만 보면 우리 조선업계, 희망이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렵지만 돌파구는 분명히 있다라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최근 희망적인 지표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체들의 상선 수주량은 늘고 있고, 수주선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체 가운데 상선 100%의 사업 구조를 운영하고 있는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달성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이어나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상선 부문의 강점을 통해서 이익 구조를 유지한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고요.
친환경 선박기술, 그러니까 다른 나라 회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가진 상선과 같은 부분에서 지속적인 R&D를 통해서 기술 우위를 가져나가는 것, 그리고 이를 정부가 뒷받침 해주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이자 우리가 살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하겠습니다.
내우외환이라고 합니다. 안팎에서 근심이 일어난다는 말인데, 정확하게 들어맞는 표현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현재 여건과 저유가 등 외부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우리 조선업계, '외환'은 맞습니다. 안에서 일어나는 근심이라도 잡아야 하는데요.
가까이는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장이 누가 되어야 하는냐는 문제, 사실 CEO가 흔들리면 모두가 흔들리기 때문에 누가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이 되느냐는 문제는 단순히 볼 수 없고요.
기업 내 조직 문제 노사 문제도 해결해야 할 산입니다. 앞서 일본이 월별 수주량에서 7년만에 1위를 달성했다고 말씀드렸는데, 물론 엔저 덕을 본 것도 있지만 일본 선전의 비결에는 구조조정의 덕도 있다고 업계는 분석합니다.
일본은 지난해 IHI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하는 등 5사 체제로 재편됐는데, 합병 과정에서 노사 간 합의가 원만히 이뤄졌다 평가를 받습니다. 통상임금 추가 소송 등을 앞두고 있는 우리 업계로서는 부러운 대목인데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노사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한 방향을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 조선업계가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그리고 추격자인 중국에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 정말 중요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앵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