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연임 성공‥ 통합 드라이브·수익성 '과제'

입력 2015-02-23 18:30


하나금융 회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로 김정태 현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하면서 김 회장은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김정태 회장이 하나·외환은행 통합 지연과 관련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마땅한 대항마가 없었던 데다 회장 교체시 야기될 또 다른 혼선을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입니다.

향후 양 은행 통합과 관련한 난제 해결과 수익성 개선 등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은 23일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회추위(위원장 정광선)를 개최하고, 김정태 현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추위는 위원들간 간담회 형식을 비롯해 여러차례 사전 의견 조율과 지난 6일과 16일 두 차례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김정태 현 회장과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 등 3명으로 압축한 바 있습니다.

이날 오전 3명의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이후 최종 논의를 거쳐 회장 단독후보자로 김정태 현 회장을 확정했습니다.

회추위는 그룹 내 두 은행의 통합이 진행되고 있고, 저성장·저마진의 환경을 고려할 때 외부인사의 영입보다는 내부에서 후보자를 선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고, 현 상황을 돌파해 갈 적임자로 김정태 현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습니다.

또한, 회추위는 김정태 현 회장이 지난 3년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고 지난해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현지법인 통합과 국내 카드 통합을 원활하게 마무리 짓는 등 시너지를 내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회추위 면접 이전부터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습니다.

사실상 다른 후보들이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김정태 회장의 대항마가 되지 못한 데다 이미 이사회에서 김정태 회장이 교체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혼란 등을 우려해 연임쪽에 무게를 두는 등 사전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입니다.

여타 금융지주 회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자에 대해 1시간 이상을 할애해 면접을 진행한 것과 달리 하나금융 회추위 면접이 1인당 20여 분이 채 되지 않아 끝난 점은 사실상 회추위 면접이 형식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회장 후보로서 소견과 향후 비전, 경영계획, 통합 구상 등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단독 차기 회장 후보로 추대된 김정태 회장은 다음달 6일 하나금융 이사회를 거쳐 27일 주총를 통해 차기 회장으로 최종 선임되며 김정태 회장은 오는 2018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됩니다.

김정태 회장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하고 있는 통합 책임론과 외환은행 실적 축소 의혹, 수익성 악화, 통합을 통한 시너지 지연 등 각종 현안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여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현재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하반기 이후에나 재개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슈의 경우 금융당국이 노사간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꼽고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여전한 이유에서입니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이번 김정태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김 회장이 통합을 서두른 배경에 연임 이슈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고 연임 때문에라도 대화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연임이 된 만큼 어떻게 나올 지 모른다"며 "사실상 향후 진정성 있는 대화는 어렵지 않겠냐"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주 노조측 대화단 소속 1명에 대해 영업점 발령을 내고 관련 임원은 해임하는 등 대화단 해체 조치에 들어간 만큼 향후 조기 합병을 위한 외환은행 조직흔들기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외환은행 노조와의 합의와 함께 양 은행간 합병을 통해 수익성·체질 개선, 비용절감, 시너지 증대 등 '통합 대박' 효과를 추구했던 김 회장이 현재 통합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신한금융이 여전히 선두를 수성중인 가운데 최근 윤종규 회장을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중인 KB금융, 새롭게 4대 금융에 한축이 된 NH농협금융 등 경쟁이 치열해 진 상황에서 뒤쳐지는 수익성 개선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지난해 하나금융의 순익은 1조원이 채 안되며 신한금융이나 KB금융에 여전히 크게 뒤쳐지고 있고 총자산에서 하나금융보다 적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1조원을 웃도는 순익을 기록했다는 점만 봐도 하나금융의 수익성 개선은 '발등의 불'인 셈입니다.

통합과 관련해 평행선을 그으며 해결의 단초를 찾지 못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와의 합의, 제동이 걸린 조기 통합 드라이브, 여기에 노조가 제기한 외환은행 실적 축소 의혹, 수익성 개선, 시너지 강화 등 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회장이 제반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