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유의 마루앙 펠라이니가 17일 열린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의 원정경기 72분에 추가골을 터뜨리고 있다.(사진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그곳은 3부리그 팀의 홈구장이었다. 득점 없이 후반전을 시작했지만 단 2분도 안 돼 선취골을 얻어맞았다. 그 때부터 맨유의 벤치가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루이 판 할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가 한국 시각으로 17일 오전 4시 45분 잉글랜드 딥데일에서 벌어진 2014-2015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16강 토너먼트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의 방문 경기에서 3-1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라 아스널 FC와 맞붙게 됐다.
아무리 2만1000명이 넘는 홈팬들이 열광하고 있었지만 맨유로서 선취골을 내주며 끌려갈 줄은 몰랐다. 달려들어간 스콧 라이어드의 왼발 대각선 슛이 기막히게 데 헤아가 지키고 있는 맨유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당연히 TV 생중계 카메라는 맨유 벤치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바빠졌다. 판 할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윙어 애슐리 영이었다. 가운데 공격수 팔카오를 빼고 애슐리 영을 들여보낸 것이다. 선취골을 내준 뒤 13분 후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 선수교체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거짓말처럼 애슐리 영이 바꿔 들어간지 5분만에 귀중한 동점골을 도운 것이다. 65분에 애슐리 영의 도움을 받은 안데르 에레라가 왼발슛으로 한숨을 돌려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맨유는 계속된 측면 공격으로 3부리그 프레스턴 선수들을 궁지까지 몰아넣었다. 72분에 펠라이니가 좋은 체격 조건을 자랑하며 헤더슛에 이은 오른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것이다. 그리고 간판 골잡이 웨인 루니가 88분에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차넣어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는 3월 7일(토) 밤 11시(한국 시각)로 예정된 FA컵 8강에서 맞수 아스널 FC를 상대하도록 대진표가 만들어졌다. 조금 이른 감 있지만 미리 보는 결승전이 8강 토너먼트에서 성사된 셈이다.
이들이 이 대회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최근 침체기의 팀을 되살려내는 것은 트로피 키스가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스널은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다. 최근 여러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트로피 하나 없이 시즌을 끝냈기에 지난 해 5월 웸블리에서의 영광은 너무도 생생한 기억이다.
내친김에 2연패의 위업을 이루며 맨유를 따돌리고 대회 통산 최고의 챔피언 자리에 올라서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 사실이다. 아스널과 맨유는 150년 가까운 FA컵 역사상 나란히 18회나 결승전에 진출한 팀이며 우승 횟수도 11회로 똑같다. 그러므로 이번에 열리게 될 8강전에서 운명이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최악의 시련을 겪었던 맨유는 어쩌면 아스널보다 더 트로피가 간절한 형편이다. 명가의 자존심을 이 트로피로 회복해야 하는 당면 과제가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감독에게 바치고 싶은 헌사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현재 올라있는 프리미어리그 3위 자리를 최소한 유지해 다음 시즌에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영광의 무대에 복귀하는 일이다.
물론, 아스널과 맨유 말고도 FA컵 트로피를 노리는 팀은 더 많다. 아무리 2부리그(리그 챔피언십)에 내려가 있지만 이 대회 초창기 역사를 휩쓸었던 블랙번 로버스도 8강에 올라 리버풀FC와의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리버풀FC도 떠나는 주장 스티븐 제라드에게 마지막 우승 트로피를 바치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 어느 팀보다 강하기 때문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최고의 경기가 기대된다.
※ 2014-2015 잉글리시 FA컵 16강 결과(17일 오전 4시 45분, 딥데일)
★ 프레스턴 노스 엔드 1-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득점 : 스콧 라이어드(47분,도움-조 가너) / 안데르 에레라(65분,도움-애슐리 영), 마루앙 펠라이니(72분), 웨인 루니(88분,PK)]
◇ 잉글리시 FA컵 8강 대진표(2015년 3월 7일 토요일 밤 11시 예정, 왼쪽이 홈 팀)
☆ 리버풀 FC(프리미어리그) - 블랙번 로버스(리그 챔피언십)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프리미어리그) - 아스널 FC(프리미어리그)
☆ 애스턴 빌라(프리미어리그) -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프리미어리그)
☆ 브래드포드 시티(잉글리시 리그1) - 레딩 FC(리그 챔피언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