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경기공연예술페스타’가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됐다. 이번 페스타는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서로 발전하기 위한 실질적인 아트마켓형 축제를 지향하며 시작됐다. 페스타는 크고 작은 성과를 얻어내며 작지만 큰 의미를 가진 행사로 올해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디뎠다. 참가 공연장과 단체의 반응도 뜨겁다. 행사의 막이 내린 지금, 행사 주최측에서는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 소홍삼 부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제1회 경기공연예술페스타’는 경기문화재단과 의정부예술의전당이 공동주최한 페스티벌이다. 소홍삼 부장은 이번 행사를 추진하게 된 계기에 대해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상주단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행하게 됐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공연장 상주단체제도는 정부 문화지원정책의 가장 성공적인 제도 중 하나다. 안을 들여다보면 공연장과 전문예술단체 간의 협력으로 공연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창작공간을 마련해주자는 내용이다. 그동안 이 제도를 통해 창작자의 역량을 고양하고 지역 공연장 내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제도가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다. 이제는 상주단체 사업이 지역관객개발과 같은 양적 사업성과 보다는 단체의 예술적, 창조적 역량 강화나 우수 콘텐츠 개발 등 질적 성장 부분에 지향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예술로 꿈꾸는 이상향-弓弓乙乙(궁궁을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됐다. 소홍삼 부장은 주변에서 슬로건의 의미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슬로건에는 ‘활 궁’ 두 개와 ‘새 을’ 두 개가 붙어있다. ‘궁궁’은 한국전통 모양의 활 두 개를 합치면 원형이 되는 것을 뜻한다. ‘을을’은 이 2글자를 거꾸로 합치면 태극도형을 이루게 된다. 이 내용은 원래 ‘정감록’에 수록된 이상향의 의미를 말한다. 문화예술로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궁궁을을’이라는 슬로건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제1회 경기공연예술페스타’는 애초에 ‘목적’을 단단히 한 페스티벌이다. ‘상주단체의 성과를 모으고, 창작 역량을 고취시키며, 그 활동에 힘을 보태자’는 것이었다. 그만큼 페스타의 진행도 목적에 알맞게 구성됐다. 의정부예술의전당과 경기문화재단은 상주예술단체 설문조사를 통해 상주단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했다. 가장 많은 대답은 ‘좋은 작품을 만들었을 때 다양한 공연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었다. 소홍삼 부장은 바로 이들의 소망에서 이번 페스타의 틀을 잡았다.
“제주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나 서울아트마켓은 국내 대표적인 아트마켓이다. 하지만 목적이 모두 다르다. 서울아트마켓은 전통적인 요소들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들의 해외 진출을 꾀하고, 해비치아트페스티벌은 규모가 커서 단체의 작품을 세부적으로 살피기가 어렵다.”
이번 페스타는 이러한 사실들을 토대로 기존의 아트마켓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노력했다. 페스타의 핵심 콘텐츠는 ‘베스트 콜렉션 3’이었다. 평론가와 연출가, 공연기획자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경기도 17개 상주단체의 작품 중 한해 최고의 작품 세 편을 엄선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수한 프로그램을 레퍼토리화 시켜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안은미컴퍼니의 ‘심포카 바리’와 연극 ‘홍도’, 예술무대 산의 ‘달래이야기’가 선정됐다. 소홍삼 부장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세 작품이 공연관계자들과 평론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공연장 기획자와 예술단체를 직접 연결하는 프로젝트로 마련됐다. 바로 ‘공연중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상주예술단체와 전국의 공연장 관계자를 연결하는 PT프로그램이다. 사전 접수로 선정된 8개 예술단체와 전국 공연장 관계자 70여명이 함께했다.
‘공연중매 프로젝트’는 참가 공연단체가 가장 반겼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페스타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약 62%인 8개 단체가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으로 ‘공연중매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공연을 알리고 판매하며, 시장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에 주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연장과 예술단체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공연제작과 유통의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실무자 간의 만남을 통해 실질적인 아트마켓 기능을 강조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프로그램에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김승국 부회장과 경기문화재단 조창희 대표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단 기관장, 문화부 기자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승국 부회장이 남긴 말이 기억에 남는다. ‘경기도 차원의 행사를 넘어 전국적인 파급효과를 지닌 행사이며, 국내 아트마켓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기획이다’라고 했다.”
이번 페스타는 그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일반 관객과 상주단체 간의 소통을 도모했다. ‘스낵컬처’라는 문화예술 트렌드를 도입해 페스타 기간 중 로비에서 무료 쇼케이스 공연을 친근하게 볼 수 있게 했고, 상주예술단체의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예친소’(예술단체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공간을 만들어 일반 관객이 상주단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페스타 종료 후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도 새로운 공연유통 아트마켓으로의 기능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예술단체들은 약 77%가 ‘상당부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고, 문예회관 측에서는 약 60%가 ‘상당부분 수행’할 것이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질적인 성과도 못지 않다. 문예회관의 많은 관계자들이 ‘상주단체의 작품을 초청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95%가 ‘있다’라고 대답했다. 이는 기존의 공연예술축제가 단순한 관람에 그치는 것에 반해 참여자들이 뚜렷한 목적을 갖고 페스타에 참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소홍삼 부장은 “극장은 공연을 만들어내고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집’이다. 공연예술 콘텐츠가 없다면 그 집은 ‘빈집’일 뿐이다. 새가 좌우 양 날개로 날듯이 극장이라는 집에는 공연예술 콘텐츠가 있어야만 의의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단체들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도 여러 공연장에서 많은 관객과 오랫동안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예술단체의 힘만으로 공연 유통망을 형성하기도 어렵다. 이번 페스타는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서로 협력해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작은 아트마켓이다. 규모는 작지만 신선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아트마켓과 차별화를 둔 실질적인 유형을 창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경기공연예술 페스타’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소홍삼 부장은 “정례적인 축제 개최로 아트마켓 기능을 확장시킬 예정이다.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시계를 넘나드는 창작과 협업의 활성화에 구심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이번 축제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