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삼시세끼-어촌편’ ‘냉장고를 부탁해’ 생활밀착형 요리프로 범람… 왜?

입력 2015-02-14 02:42
수정 2015-02-18 01:03
▲ 왼쪽부터 ‘삼시세끼-어촌편’의 유해진, 손호준, 차승원(사진 = tvN)

SBS ‘잘먹고 잘사는 법’ 속 꼭지 ‘양희은의 시골밥상’에서는 화려한 도시의 밥상을 벗어나 시골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주로 평소에 드는 식사를 화면에 담아냈다. 대체적으로 따로 식재료를 구입하기보다는 집 주변에 있거나 집안에 항상 있는 식재료를 통해 밥 한끼를 마련해낸다.

말 그대로 시골 집밥인 셈이다. 외부에서 식재료를 공수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재료를 그대로 활용해 맛있는 밥을 만들어내는 콘셉트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점은 단지 일상생활에서 접근이 쉽게 가능한 요리가 대세인 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Olive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먹지’는 두 남자의 일상 생활밀착형 요리쇼라는 콘셉트를 강조하며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지만, 그 식재료는 얼마든지 천차만별일 수 있다.

KBS2 ‘해피투게더 3’의 ‘야간매점’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도 일상생활밀착형 레시피를 선보이지만, 그 재료에 제한은 없다. 제한이 없을수록 다양한 요리는 나올 수 있지만 예능이 갖는 미션과 그에 따른 흥미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즉, 제한이 있는 미션이 주어질수록 예능은 흥미진진해 진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사실상 냉장고를 털어서 음식을 만든다. ‘양희은의 시골밥상’에서도 시골 농가의 집안을 터는 콘셉트가 있었다. 냉장고를 턴다는 것은 사실상 그 주인공의 사생활을 터는 것과 같다. 일종의 관음증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하지만 단지 관음증적 호기심을 터는데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그 사람의 생각과 삶을 읽을 수 있을뿐만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재료를 통해 요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독창적이다. 이는 식재료의 재인식이자, 요리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음식은 달리 특별한 재료보다는 있는 재료를 통해 얼마든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진행상의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서 요리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바쁜 현대인들은 냉장고를 음식보관용보다는 음식을 썩히는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 특히 싱글 라이프스타일이 대세를 이루면서 젊은 층들에게 이는 일상화된 패턴이기도 하다.

▲ 왼쪽부터 ‘냉장고를 부탁해’의 김성주와 정형돈(사진 = JTBC)

‘냉장고를 부탁한다’는 콘셉트는 냉장고 안의 식재료로 맛있는 음식 레시피를 만들어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종의 ‘요리 솔루션 프로그램’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난 1월 5일자 방송분에서는 모델 한혜진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차승원을 꼽았는데, 그 차승원은 이즈음 tvN의 ‘삼시세끼’를 촬영하고 있었다. ‘삼시세끼’ 역시 주변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있는 것을 가지고 한끼가 아니라 삼시세끼를 만들어내는 점이 차별점이었을 뿐이다.

특히 차승원은 주변에 흔히 있는 재료를 가지고 척척 음식을 만들어내는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해 생활밀착형 요리의 달인이라는 평가에 지나침이 없도록 만들었다. 시즌2 ‘삼시세끼-어촌편’에서는 섬에 간지라 유해진은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이용해 저녁 식사를 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있는 재료를 가지고 즉석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은 음식이 신화의 대상에서 일상의 대상으로 내려왔다는 점을 알게 한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이 요리하는 프로그램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각되고 있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두 가지가 포인트가 있다. 하나는 이제 요리는 대리충족이나 감상보다는 직접 적용해보는 실천 대상이 됐다. 특히 인터넷 모바일 문화는 이를 강화했다. 시골밥상을 감상하기보다는 직접 해보는 것이 바로 삼시세끼다. 비록 남자라도 말이다.

요리하는 남자의 부각은 여성의 상대적인 경제적 지위권의 상승과 함께 독립성이 요리하는 남자의 인기를 촉진하고 있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 그 요리들은 별나라의 이국적인 요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통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식사에 밀접하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수 없는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밥을 간단하고도 알차게 먹고 싶은 욕망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욕망은 음식물의 블랙홀이 되어 버린 냉장고를 털게 만들었다. 시골로 가서 밥상을 먹지 못한다면 우리는 냉장고라도 털어야 한다.

그러나 그 냉장고를 누가 털어 요리하는가는 여전히 난제일 수 있다. 어쨌든 여성의 욕망이든 한 쪽의 바람이 과잉반영 될수록 그 요리는 실천이 아니라 대리충족의 판타지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인지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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