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녹십자-일동제약 경영권 분쟁 재점화

입력 2015-02-13 17:08
수정 2015-02-13 17:30
<앵커>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을 요구하면서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녹십자는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동제약은 적대적 M&A를 위한 시도라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이문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영권 분쟁의 증폭은 측근 인사를 일동제약의 사외이사와 감사로 앉히겠다는 녹십자의 주주제안서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제안서에 대해 녹십자는 "대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이라며 "적대적 M&A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입장을 믿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3년에 걸쳐 일동제약에 대한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예고 없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것은 적대적 M&A 수순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동제약 측의 설명입니다.

더구나 녹십자는 지난해 3월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이 추진한 지주회사 전환건을 부결시키기도 했습니다.

일동제약은 이러한 녹십자 측의 행보에 대해 16일까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요구한 상황입니다.

일동제약에 대한 녹십자의 압력이 일동제약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녹십자가 내세운 협력 취지에도 위반된다는 것이 일동제약의 입장입니다.

현재 일동제약에 대한 녹십자와 계열사들의 지분율은 29.36%로, 일동제약과의 격차는 3.16%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이로써 3월 예정돼 있는 주주총회에서는 일동제약의 지분 10%를 가지고 있는 '피델리티 펀드'와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일동제약은 이번달 26일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녹십자의 주주제안서를 검토하고 주총에 상정할 계획입니다.

한국경제TV 이문현입니다.

<앵커>

자세한 얘기 산업팀 임동진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 예전부터 이어온 얘기죠?

<기자>

맞습니다.

녹십자는 그 동안 꾸준히 일동제약의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 논란을 야기해 왔습니다.

지난 2012년 3월 약 157억원을 들여 일동제약 지분 8.28%를 장내 매수하며 처음 일동제약 주주가 된 녹십자는 같은 해 10월 환인제약으로부터 일동제약 보유지분 7.07%를 인수해 지분을 15.3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녹십자의 계열사 녹십자셀이 2013년 3월말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일동제약 주식을 확보하고 지난해 1월에는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가 개인투자자로부터 보유 지분 12.57% 전량을 넘겨받아 지분율 29.36%로 확대했습니다.

일동제약 측과의 지분격차는 3.16%p에 불과한데요.

이렇게 커진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난 해 1월에는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무산시켰습니다.

또 당시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해 업계는 녹십자가 M&A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다음달에 있을 주총에서 녹십자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일동제약 경영에 녹십자가 본격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텐데요.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각에서는 이번 녹십자의 행보가 일동제약 인수의 수순으로 보고 있지만 일동제약은 아직 어떤 대응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동제약 측은 일단 공식적으로 16일까지 적대적M&A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강제적으로 경영권을 탈취하는 적대적 M&A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녹십자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도 검토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녹십자는 2대 주주로서 회사 발전을 위한 조치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의도를 확대해석한 것이다. 과민반응이다. 라는 것인데요.

일동제약의 12명 등기 이사 중 2명에 대한 선임을 요구한 것이 뭐가 큰 문제냐는 주장입니다.

현재 녹십자는 일동제약의 답변 요구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입니다.

<앵커>

녹십자의 요구에 문제가 없다면 일동제약은 이를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야 할텐데요.

만약 일동제약이 반대해서 표 대결이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자>

사실 표 대결로 가게 된다면 진흙탕 싸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회사의 지분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외이사 선임건의 경우 무조건 표결 참여 주식 중 과반 수 이상이 찬성해야하기 때문에 업계가 캐스팅보트로 보고 있는 것은 일동제약의 지분 10%를 갖고 있는 피델리티펀드인데요.

미국 피델리티 그룹의 투자펀드인 피델리티펀드는 지난해 녹십자와 손잡고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부결시킨 만큼 일동제약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소액주주와 기타 기관들도 총 28%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