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선고, "박사무장이 언론에 말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놓아버리지 않았을 것"

입력 2015-02-13 08:47


조현아 선고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실형선고한 오성우 부장판사 '땅콩회항' 사태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게 12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 오성우 부장판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2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이를 선고한 판사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의 재판장인 오성우(47·사법연수원 22기) 부장판사.

오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이번 사건을 "돈과 지위로 인간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간의 자존감을 무릎 꿇린 사건"이라고 규정지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감이 있었다면, 직원을 노예쯤으로 여기지 않았다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면, 승객을 비롯한 타인에 대한 공공의식만 있었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조 전 부사장을 질타했다.

조 전 부사장이 재판부에 제출한 장문의 반성문을 직접 읽기도 했다.

재판기간에는 박창진 사무장의 근무 여건 등을 직접 챙겼다. "조 전 부사장은 언제든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겠지만, 박 사무장은 과연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라며 조 전 부사장의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내는 등 약자를 보호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오 부장판사는 창원지법·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판사 등을 거쳤다. 대전지법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부장판사를 지냈다.

‘땅콩회항' 사태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사진은 지난 2014년 12월 18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예상을 뛰어넘는' 판시를 하는 것으로도 법조계 안팎에서 유명하다. 그는 사상 최장기간 철도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 전 위원장 등 전국철도노조 간부들에게 작년 12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파업의 목적 자체가 위법이라 해도 '전격성'을 충족하지 않으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적 감옥에서 건전한 지성인으로 복귀하기 위해 저질스러운 말을 하지 않는 '말'의 다이어트가, '마음과 말'의 성형이 필요하다"고 꼬집으며 "'해피메이커'가 될지는 피고인의 몫"이라고 거침없이 발언해 화제가 됐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 대해 실형 1년이 선고되면서 조 전 부사장이 제출한 반성문이 재판장에서 공개됐다.

반성문에서 조 전 부사장은 "(그날) 내가 화를 다스렸다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날 아무 일 없었더라면, 박 사무장이 언론에 말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렇게 회사를 놓아버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낯선 이로부터 타인의 손길을 고맙게 여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 든다"며 "30일 동안 구치소에서 내게 주어진 건 두루마리 휴지와 수저, 비누, 내의 양말 두 켤레가 전부"라며 "물품 구매가 쉽지 않았는데 주위 분들이 샴푸와 린스를 빌려주고 과자도 내어주어 고마웠는데 더 고마웠던 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게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조 전 부사장은 구치소 동료들끼리 비빔국수를 특식으로 만들어 먹은 이야기를 적으면서 "스스럼없이 남들과 어울리고 옳고 그름이 분명하지만 나무라고도 빨리 잊는 화통한 상사가 되고 싶었다"며 "(구치소에서) 반성하고 타인에게 정을 베푸는 걸 아는 사람이 되고 있다"고도 썼다.

재판부는 반성문을 공개한 뒤 "조 전 부사장의 반성문을 보면 반성하는 걸로 보인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무렵 조 전 부사장은 타인에 대한 마음의 문이 닫혀있었다고 했었는데 이제라도 타인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고 사죄한 점이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아 선고 소식에 네티즌들은 ‘조현아 선고, 믿어도 되나’ ‘조현아 선고, 괜찮을까’ ‘조현아 선고, 말도 안돼’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