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증세·복지 논의가 복지수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되, 무상급식 등 과도·중복·비효율 지적을 받았던 복지부터 우선적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는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하고, 세금을 늘릴 수밖에 없다면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물론, 국민 역시 조금이라도 부담하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실현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여당과 야당이 적절한 합의 방안을 도출한다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치권을 주시하고 있다.
8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기본적으로 증세는 마지막으로 선택할 카드이며 먼저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다만, 세금을 올려야 한다면 법인세도 '성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독자적인 안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한 발언이 현재까지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국회 기재위에서 "증세와 복지수준에 대해 국회가 논의해 합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주면 합의 결과를 수용할 수 있고, 정부도 그런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지금 증세 얘기가 나오지만 우리 목표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세수도 늘려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해보겠다는 취지였다"며 '증세 없는 복지'를 다시 확인했다.
여당은 증세·복지 논란에 대한 당론 확정을 위해 오는 10일 대책회의를 열어 원내 대표단의 뜻을 조율하고 나서 이른 시일 내에 정책 의원총회를 소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당론이 확정되면 야당, 정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대책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의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인 의견은 복지수준을 원점에서 검토하되 과다하거나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인 복지를 우선적으로 구조조정한다는 것"이라면서 "증세는 가급적 하지 않되 필요하면 검토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복지 예산이 잘 쓰이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해 부조리나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곳을 잘 찾아 조정하고도 더 나은 대안이 없을 때에 납세자인 국민에게 물어본 다음 마지막 수단인 증세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구조조정 우선순위인 과도·중복·비효율 복지로는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무상보육의 경우, 이미 지급하는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줄이면 수혜자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돼 손을 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무상급식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는 재벌회장 손자에게도 공짜 밥을 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무상급식 같은 것을 먼저 정리하고 복지 집행 과정에서 누수나 이런 문제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증세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증세를 검토하고 기업과 국민 모두 부담하는 방식을 선택하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복지를 구조조정하면서 필요하면 세금을 올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부자나 대기업이라고 막무가내로 더 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되고 설득해야 하며 중산층도 기여할 준비를 하는 등 소액이라도 국민 전체적으로 더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에 근거해 증세를 한다면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물론 부가가치세나 주세 등도 검토될 수 있지만 조세 저항과 내년 총선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인세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을 그대로 두되 한시적으로 '부가세'(surtax)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은 '보편적 복지'를 시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보편적 복지에는 변함이 없고 무상보육·무상급식·기초연금에서 조금의 후퇴도 있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 공약 복지에 대해서는 협의할 용의가 있으며 현재 하고 있는 복지 외에 앞으로 해야하는 부분들에 대해 줄일 여지가 있는지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저복지, 저부담이어서 복지를 늘리기 위해 증세를 하는 게 맞고 법인세 정상화,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축소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