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통합 지연에 불확실성 확대‥책임론 '일파만파'

입력 2015-02-06 15:08
수정 2015-02-06 16:30


지난해 7월 그룹 전체 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통합 대박’을 천명하며 조기통합 카드를 꺼내 든 김정태 회장이 조기통합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향후 순탄치 않은 행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5년 독립경영 계획을 접고 조기통합 카드를 꺼내든 김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통합추진 실무를 담당했던 임원 3명이 사퇴했고, 서둘러 대행체제인 하나은행장 선임이 시작되면서 통합 지연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 회장으로부터 조기통합과 관련해 노사 협상의 전권을 부여받았던 김한조 외환은행장도 법원 판결로 조기통합이 무산되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통합 추진 담당 임원 '자진사퇴'

7일 하나금융지주는 임원 인사를 통해 전략담당(CSO) 임원에 박성호 전무, 준법감시인에 권길주 전무, 재무담당 임원(CFO)에 곽철승 상무를 각각 선임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그동안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진행하던 통합추진단장인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과 정진용 준법담당 상무, 외환은행 기획관리 임원인 주재중 전무가 통합 차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에서 물러난 데 따른 후속 인사입니다.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하나·외환 통합 절차 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것으로 통합이 차질을 빚자 김정태 회장은 대노(大怒)하며 관련 임원들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나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정태 회장이 지난해 7월 ‘통합 대박’을 공식화한 뒤 8개월여 동안 조기 통합을 일사분란하게 진행해 왔는 데 목전에서 사실상 무산된 것에 대해 관련 임원들을 호되게 질타한 것으로 안다”고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으로 6월 말까지 통합 관련 주총, 의결권 행사, 제반 절차 진행이 올스톱됐는 데 사전에 법원의 판결 동향 파악, 대응 시나리오 수립, 법률 해석, 외환은행 노조와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법원의 판결을 예상치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하나SK와 외환카드를 통합할 때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신청이 기각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각될 것으로 예상한 일종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문책인사가 단행된 듯 하다”고 답했습니다.

*하나은행장 선임 절차 본격화

이번 3명의 임원에 대한 인사 외에 하나금융은 6일 임원후보추천회를 소집해 현재 직무대행 체제인 하나은행장 선임 절차도 본격화합니다.

당초 조기통합을 마무리한 뒤 하나·외환 통합 은행장을 선임하려 했지만 사실상 차질을 빚게 되면서 직무대행 체제를 더 이상 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6월 이후에나 재개될 통합 작업 역시 난제가 산적해 은행업무와 관련해 행장과 직무대행이 할 수 있는 결제 범위 등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만큼 행장 자리를 더 이상 비워둘 수 없다는 점도 은행장 선임을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장 선임을 위해 구성된 임원후보추천회는 사내이사인 김정태 회장과 사외이사인 정광선, 박문규, 오찬석 3명의 사외이사 등 4인이 행장 후보자를 압축하고 다음주중 후임 하나은행장을 공식 선임하는 수순을 밟게 됩니다.

현재 하나은행은 김종준 전 행장이 임기 도중 사퇴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김병호 부행장이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가운데 후보추천회에서 3인의 후보를 추천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김병호 행장 직무대행이 은행장을 맡을 공산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내부에서는 하나은행장 선임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차기 하나·외환은행 통합 은행장에 유력했던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노조와 합의를 조속히 이끌어 내지 못한 데 대한 일종의 그룹 수뇌부의 경고라는 견해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하나·외환은행 통합과 관련해 전권을 위임받으며 김한조 행장이 외환은행 내부출신 행장으로 선임됐지만 통합이 차질을 빚으며 통합은행장은 커녕 현재 입지마저 좁아졌다는 분석입니다.

*김정태 회장 리더십 타격‥책임론 대두

이번 조기통합 차질과 관련해 김정태 회장이 연임에는 큰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향후 연임 명분과 그룹 내 영향력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올해 3월 연임 결정을 앞두고 지난해 7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천명한 뒤 절차를 진행해 왔지만 무리한 통합 추진과 이에 따른 조직 분위기 침체, 영업현장 타격, 실적 부진 등 연임 명분으로 내세우려 했던 조기통합 추진과 시너지가 되레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번 통합은 김정태 회장 개인의 욕심으로 시작된 것 자체가 문제를 불거지게 한 주요 요인”이라며 “지난해 7월에 통합 언급 발단 자체가 지주 회장으로부터 시작됐고 이게 다 연임 목적에서 비롯되다 보니 시일을 정해서 몰아붙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노조 관계자는 “무리한 진행,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통합 추진 결과가 나빠지고 책임론이 불거지자 급하게 임원 3명 문책으로 마무리하려는 것”이라며 “현 상황을 촉발시킨 김정태 회장 본인도 어떤 형태로 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정태 회장에 대한 책임론 외에도 노사 합의를 통합의 전제요건으로 제시했지만 중간에 이를 번복하며 일관성을 보이지 못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면서 하나·외환 조기통합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