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윤맘의 육아타임즈]아이 맡긴 불효녀는 웁니다

입력 2015-02-03 18:31
수정 2015-02-09 17:35
남자들은 결혼하고 효자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인 난 결혼하고 나서 불효녀가 되고 있는 것만 같다.



결혼 전보다 결혼 후 친정을 더 자주 오기 시작했다. 부모님, 친정이 그리워 오는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육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친정 찬스'를 기대하며 오기도 한다.

그 젊은 시절을 보내며 다 키워놓은 자식들을 장가, 시집 보내 놓고 이젠 두 분이서 편히 여가생활하시며 지낼 일만 남은 우리 친정엄마. 그러나 시집간 딸의 아기 키우기 힘들다는 엄살에, 다 늦게 손주들까지 돌봐주신다.

학교에서 급식일을 하시는 우리 엄마는 학교가 방학이면 거의 집에서 쉬신다. 난 이때다 싶어 엄마가 쉬는 날 눈치없이 가윤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달려왔다.

애만 낳았을 뿐, 이럴 땐 여전히 나도 애다.

둘째 임신중이라 힘들다는 핑계로, 학교 다닐 때와 같이 집안일은 커녕 집에서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당연하듯 쇼파로 가 버리는 내 모습...

설거지, 청소는 엄마 몫이고, 게다가 내 딸 가윤이 돌보는 일까지 엄마에게 맡겨버렸다.

덕분에 난 '이게 얼마만이야~'라며 제대로된 휴식을 취하는 반면, 엄마 입에선 "다 늙어서도 딸내미에 손녀까지 뒤치닥거리 하고 있고...아이고 내 팔자야" 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친구랑 약속 있어~ 나갔다 올게~" 하곤 당연한 듯이 현관을 나갔다. 당연히 나 혼자.

가윤이는 엄마에게 자연스레 맡겨버리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며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당연히 우리 엄마, 아빠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내 마음대로 단정짓고, 혼자만 최신 흥행 영화를 보고 오는 눈치없는 나.

"가윤이는?"이라고 묻는 친구들에겐, 아주 당연한 듯이 "엄마한테 맡기고 왔지~" 했다. 거기에 따라오는 친구들의 반응 역시 당연히 "역시 친정엄마가 제일이지~"다.

몇 십년 후 내 딸 가윤이와 친구들이 나눌 이야기이기도 하겠지...

'나는 언제 다 키워놓고 내 시간 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 내 모습을 보니 내 육아는 가윤이를 다 키워도 끝나지 않을 듯하다.

"친정이 너무 오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는 내 마음 속이, 나도 뻔히 보인다. 그렇게 오랜만에 온 친정에서 나는 엄마의 유일한 휴식시간을 뺏고 내 휴식만 찾고 있다. 정작 부모님과 보낸 시간은 친정에 머무는 시간 동안의 절반도 못 미쳤다. 그러면서...친정 친정 하며 노래를 부른다.

친정에 있는 동안 내 휴식이 우선이었으며, 집에 갈 때가 돼서야 엄마의 시간을 뺏었다며 걱정하고 있다.

'부모님 계실 때 잘하자'라는 글들은 볼 때마다 공감하며 잘 해야지~생각하는데, 정작 실천도 못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이러다가 뒤늦게 비로소 깨닫고, 크게 후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늦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잘 해야지...죄송해요, 우리 부모님.(정리=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예은 기자)



★tvN '푸른 거탑', '코미디 빅리그', '황금거탑'의 개그맨 정진욱과 그의 아내 송지연이 펼치는 ‘가윤맘의 육아 타임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