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복고킹' 정우, 또다시 복고로 돌아온 이유

입력 2015-02-02 10:21
수정 2015-02-02 10:24


복고로 스타덤에 오른 정우가 또 다시 ‘복고’로 돌아왔다. 복고, 순정남 이미지를 버리고 180도 다른 캐릭터로 돌아올 법도 한데 정우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복고, 순정남 키워드를 버리지 않았다.

tvN ‘응답하라 1994’에서 급부상한 후 정우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차기작 선택이 늦었다. 그렇게 그는 2년여 만에 1960년대, 70년대를 주름잡던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그린 영화 ‘쎄시봉’으로 돌아왔다. 그는 왜, 어렵게 고른 차기작에서 또 복고를 선택한 걸까.



“‘쎄시봉’ 출연 이유도? 펑펑 울었어요”

정우는 2013년 tvN ‘응답하라 1994’로 급부상했다. 그야말로 ‘대세’배우로 떠올랐다. 이후 많은 시나리오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우는 생각보다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2여년 만에 모습을 보인 게 첫 상업영화 ‘쎄시봉’.

그는 “공백기요? 생각보다 초조하지 않았어요. 팬들 모두 보고 싶었어요. 빨리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늦어졌어요. ‘쎄시봉’은 정말 막바지에 들어온 시나리오에요. ‘응답하라 1004’ 이후 많이 들어왔는데 ‘쎄시봉’ 시나리오가 가장 설렜고 공감이 갔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전 제가 설득이 되어야 해요. 제가 설득이 안 되는데 관객을 어떻게 설득시켜요(웃음). 시나리오 보면서 슬프기도 했죠. 두 포인트에서 많이 울었어요”

“앞 세대 연기를 하면서 포근함을 느껴요. 복고 시절에 대한 부담감은 정말 없어요. 오히려 친근하죠. 어머니 품 같잖아요. 실제로 어머니가 예고편을 두 번 보시고 설렜다고 하시더라고요. ‘왜?’라고 물어보니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설렌다고 하셨어요. 부모님들이 참 좋아하실 거 같아요”



“‘쎄시봉’ 현장, 정말 대단해요”

‘응답하라 1994’ 출연 배우들과 아직까지도 단체 채팅방을 만들며 사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정우는 참 ‘사람복’이 많은 배우였다. ‘쎄시봉’을 통해 소중한 동료 배우들을 얻은 것. 정우는 조복래, 강하늘의 이야기가 나오자 “걔네들 정말 좋아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 걔네들. 정말 좋아요. 하늘이는 참 밝아요. 가식인가?(웃음) 100% 농담이고요. 해피바이러스죠. 정말 밝고 복래는 진지해요. 복래가 아직은 대중과의 호흡이 어색할 수 있어요. 신인이잖아요. 본의 아니게 표정이 좀 덜 웃는데 본인이 어색해서 그렇지 심성이 정말 착하고 밝고 명쾌해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둘 다 대단하죠”

“‘여신’ 한죠주와의 호흡도 물론 좋았죠. 정말 열정이 가득한 친구더라고요. 현장에서 캐릭터에 몰입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쎄시봉’ 촬영 현장은 따뜻한 기억뿐이에요. 서로 너무 배려하느냐고 NG가 많이 났었죠. 막말을 하더라도 따뜻한 형처럼 대해주고. 정말 현장 분위기가 대단했어요”

정우는 영화 ‘쎄시봉’에서 순정남이다. 사랑을 위해 친구까지 버리는 진짜 순정남. 지고지순하고 가슴 아픈 사랑을 하면서 꿈이었던 가수, 그리고 음악까지 포기한다.



“실제로 전 우정보다 사랑이에요”

“60, 70년대 지고지순한 사랑의 정서잖아요. 가슴이 아팠어요. 실제로 많이 울기도 했고, 연기가 끝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파요. 전 실제로 무조건 사랑이거든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요”

“20년 동안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잖아요. 근태(정우 분)만 알고 있는 거잖아요. 20년 후 근태(김윤석 분)가 비행기 통로 안에서 무너지잖아요. 누군가가 자신의 희생, 그리고 사랑을 알아줄 때 슬픔이 터져 나온 거 같아요”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 재미를 느꼈어요”

‘쎄시봉’에서는 1960년대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주름잡던 윤형주, 송창식, 조영남, 이장희 등 아직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정우는 가상인물 오근태를 연기한다. 오근태는 윤형주, 송창식과 함께 ‘트윈포리오’로 활동하며 꿈과 사랑을 키워나가는 인물.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이 존재해서 더 재미있었어요. 재미를 느낄 정도의 기분이었고 부담감은 정말 없었어요. 재탐구라고 해야 될까요? 윤형주, 송창식, 조영남 선생님은 .매체를 통해 가수로서의 모습만 봤고, 구체적인 모습은 사실 모르잖아요. 다르게 표현하는 게 참 재미있었던 거 같아요. 틀에 갇히고 싶진 않았어요”

“‘쎄시봉’에서 이장희 선생님을 연기한 진구와 가장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촬영장에서 만나면 사람 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죠. 우리끼리 마음을 열고 친구처럼 지냈어요. 노력도 하지 않았죠. 친한 친구 같은 모습이 카메라에 잘 나온 거 같아요. 정말 친한 오근태와 이장희처럼”



“흥행 기대요? 구정 연휴, 발렌타인데이까지 있네요”

영화 ‘쎄시봉’은 오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국제시장’, ‘빅히어로’, ‘강남 1970’이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쎄시봉’ 역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구정 연휴에 다 볼 수 있는 영화 같아요. 발렌타인데이가 있는데, 화이트데이까지 상영되면 저 정말 기뻐요(웃음). 중장년층 분들부터 젊은 친구들까지 따뜻하게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제일 강점이라는 건 음악의 힘이죠”

“정말 손해만 안 봤으면 좋겠어요. 저 혼자 생각할 게 아니라 고생했던 스태프들, 동료 배우들, 제작자분들, 홍보해주는 우리 팀들 생각하면 정말 다들 고생 많이 했어요. 기도를 많이 하고 있죠”

“배우라는 직업을 하는 게 제가 행복해서에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죠. 제가 행복한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해도 힘든 건 있지만요. ‘이제는 좀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급하게 가고 싶지도 않아요. 늘 같은 생각이에요. 물 들어왔을 때 노 젓자는 말은 제 생각과 많이 다르죠”

<사진=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