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AFC 아시안컵 우승팀 호주의 루옹고(우)와 준우승팀 한국의 손흥민(자료사진 = AFC)
아시아축구의 중심이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명승부 두 경기가 많은 것을 던져줬다. 아시안컵 3,4위전에서는 아랍에미리트 미드필더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줬고 결승전에서는 호주의 마시모 루옹고가 자신의 존재 가치가 무한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여기에 한국의 손흥민도 해결사로서의 기질을 맘껏 자랑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1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에 있는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개최국 호주와의 연장전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이로써 오세아니아 축구연맹을 탈퇴하고 아시아축구연맹으로 편입한 호주가 지난 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에 이어 아시안컵 트로피까지 들어올리며 아시아 축구의 중심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그 중심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3부리그 팀 스윈든 타운에서 뛰고 있던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가 고개를 들었다. 아마도 5월의 유럽축구 이적시장이 열리면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포함해 마시모 루옹고를 향한 구애의 손길이 여기저기에서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루옹고는 호주 축구의 중심이었다. 전반전 끝나기 직전에 수비수 세인즈버리의 찔러주기를 받아 기막힌 회전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슛 선취골을 터뜨린 마시모 루옹고는 결국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루옹고의 맹활약은 상대 팀 한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손흥민과의 맞대결에서도 빛났다. 38분에 한국은 차두리의 측면 돌파로 먼저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차두리의 대각선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오른발 돌려차기를 뿜어내는 순간 마시모 루옹고가 몸을 날리며 이를 걷어낸 것이다.
손흥민이 후반전 추가시간에 기성용의 짧은 패스를 받아 왼발로 기적적인 동점골(한국의 아시안컵 100호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이끌었지만 마시모 루옹고의 호주는 뚝심으로 잘 버틴 끝에 연장전 전반 종료 직전에 제임스 트로이시의 짜릿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축구도 실수의 스포츠라고 하는 사실을 이 결승골 직전 순간이 또 한 번 가르쳐줬다. 한국 수비수 김영권의 왼발 걷어내기 실수와 왼쪽 풀백 김진수의 경솔한 힐킥 실수가 눈에 띈 것이다. 수비수의 첫 번째 임무인 안전한 걷어내기를 실천하지 못한 영향이 이렇게 크게 작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자신에게 온 기회를 실수 없이 결정지은 마시모 루옹고와 손흥민의 가치가 빛나는 결승전 명승부였다. 양팀 감독들의 전술 변화 수준도 돋보여 명승부의 조건을 완성시켜준 것이다.
먼저 한국 팀의 슈틸리케 감독은 0-1로 뒤지고 있던 87분에 포워드 이정협을 빼고 센터백 김주영을 들여보내는 파격 변화를 주문했다. 센터백 곽태휘를 맨 앞으로 끌어올리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높은 공 싸움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는 단 4분만에 거짓말처럼 효력을 발휘해 곽태휘의 높은 공 다툼 후 '한국영-기성용-손흥민'의 연결이 빛나며 기적의 동점골을 이끌어냈다.
호주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후반전 교체선수 둘(64분-토미 유리치, 71분-제임스 트로이시)을 통해 기막힌 연장전 결승골을 만들어냈으니 상대의 약점을 흔들어놓을 줄 아는 안목을 입증한 셈이다. 호주의 간판 골잡이 팀 케이힐이 발목을 다친 이유도 있었지만 그에게만 매달리는 공격 전술이 아니라 토미 유리치라는 플랜 B를 준비해둔 것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105분에 토미 유리치와의 몸싸움을 한국 수비수 김진수가 이겨내지 못한 순간이 안타깝지만 축구의 결정적 순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중심을 잃었다가도 곧바로 일어난 유리치의 집념과 날카로운 크로스 실력이 역시 후반전 교체 선수 트로이스의 밀어넣기 결승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시안컵은 끝났지만 다음 월드컵(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잘 치르기 위해서도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호주축구의 수준과 서아시아권 팀들(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이란)의 약진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 결과(31일 오후 6시,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
★ 한국 1-2 호주 [득점 : 손흥민(90+1분,도움-기성용) / 마시모 루옹고(44분,도움-세인즈버리), 제임스 트로이시(105분)]
◎ 한국 선수들
FW : 이정협(87분↔김주영)
AMF : 박주호(71분↔한국영), 남태희(64분↔이근호), 손흥민
DMF : 장현수, 기성용
DF : 김진수, 김영권, 곽태휘, 차두리
GK : 김진현
◎ 호주 선수들
FW : 매튜 레키, 팀 케이힐(64분↔토미 유리치), 로비 크루즈(경고-68분/71분↔제임스 트로이시)
MF : 마크 밀리건, 마일 예디낙(경고-66분), 마시모 루옹고
DF : 데이비슨(경고-41분), 세인즈버리, 스피라노비치(경고-59분), 프라니치(경고-6분/75분↔맥케이)
GK : 매트 라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