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당장은 디플레 가능성 낮지만..".. 한국경제 구조개혁 재차 강조

입력 2015-01-31 01:01


한은 "당장은 디플레 가능성 낮지만.."

[한국경제TV 최경식 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30일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통해 향후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당장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낮지만 가계부채 누적과 급격한 고령화를 방치할 경우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한은은 "일본 유로존 등 주요국의 디플레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의 디플레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전제한 뒤 "디플레 논란이 확산되면 경제심리를 과도하게 위축시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은 부동산 가격이 예상보다 불안정하지 않을 뿐더러 제조업 공동화 현상 및 극심한 총수요 부진 가능성도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은이 금번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디플레 우려 가능성에 제동을 건 것이다. 디플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부터 기재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KDI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재차 강조하면서 한국경제가 1990년대 일본의 그것과 유사한 방향을 띄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총재는 현재의 경제상황(3%대 경제성장률, 1-2%대 물가상승률)은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었다.

한국경제 구조적 모순.. 디플레 가능성 잠재

비록 한은이 당장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부인했지만 그것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지속된다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언제든 디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조적 모순으로 지적한 부분은 바로 점증하는 가계부채와 고령화 문제다. 인플레이션 보고서에는 "중장기적으로 빠른 속도의 고령화 추세 및 가계부채 누증 등 한국 경제에 내재된 구조적 취약 요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저성장 저물가가 고착화되면서 디플레를 겪게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이러한 진단은 한은이 디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방점을 통화정책(추가 금리인하)이 아닌 경제 구조개혁에 두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그 여파가 소비침체로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미 지난해 저물가 등으로 인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조정을 했지만 금리를 통한 경기부양은 더 이상 유효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한은의 보고서에 대해 기본적인 관점(당장의 디플레이션 유발 가능성 부인)에는 동의하면서도 그것을 지탱하는 논거에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현대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한은이 디플레 유발 가능성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일견 이해한다"면서도 "부동산 장기침체 가능성이 점증하는 마당에 그것(부동산 가격)을 낮은 디플레 가능성의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 한경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