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후반기] 볼프스부르크 승점차 11점 극복과 도르트문트의 몰락

입력 2015-01-30 19:13
수정 2015-02-01 23:15
▲ 전반기 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볼프스부르크와 아우크스부르크 (사진 = FC Augsburg)

- 볼프스부르크와 아우크스부르크의 존재로 방심할 수 없는 뮌헨

2008/2009 시즌 우승팀이었던 볼프스부르크는 이후 부진을 거듭했고, 챔피언스리그는 커녕 이번 시즌 6년 만에 유로파리그에 참가하게 됐다. 우승 이후 지난 시즌 5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 높은 순위였던 볼프스부르크는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챔피언스리그와 어쩌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현재 리그 2위로 그나마 가장 1위와 격차가 좁은 상황이지만 승점이 뮌헨에 11점이나 뒤져있기 때문에 우승 가능성은 조금 희박해 보인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후반기 결과에 따라서 얼마든지 우승할 가능성은 있다.

볼프스부르크는 33골로 리그 최다득점 3위, 17실점으로 최소실점 3위에 올라 공격과 수비 모두 균형 있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선수들이 득점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리그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인 5골을 기록 중인 이비차 올리치와 나우두를 시작으로 칼리주리, 페리시치, 데 브라이너, 히카르도 로드리게스(이상 3골씩), 아론 헌트, 아놀드, 크노헤(이상 2골씩) 등이 고른 득점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공격루트를 통해 득점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특정 선수의 집중마크로 인해 공격이 풀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한 케빈 데 브라이너 선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데 브라이너는 10도움으로 리그 도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드리블과 킬패스로 공격을 주도한 데 브라이너는 전반기 볼프스부르크의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볼프스부르크에도 문제는 있다. 볼프스부르크가 포지션에 고른 득점 분포를 보이게 된 계기는 바로 원톱 공격수의 부진 때문이다. 원톱들이 부진하자, 헤킹 감독은 세트피스에 큰 비중을 뒀고, 결국 세트피스 득점 리그 1위를 기록하면서(198cm의 장신 수비수 나우두가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게 된 이유다.) 공격수 부진에 대한 문제를 해결했다.

리그 2위 팀의 공격수가 득점랭킹 10위 안에 없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35세의 노장 올리치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활동량으로 5골을 넣어 주었지만, 결정력이 뛰어난 스타일의 공격수가 아닐뿐더러 이제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예상했던 헤킹 감독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벤트너를 데려왔다. 그러나 벤트너는 감독의 기대와는 다르게 9경기에서 1골만을 기록했다. 또 다른 공격수인 바스 도스트 역시 6경기에서 단 2골만을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공격수들에 활약에 따라서 후반기의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희망적인 점은 바스 도스트가 전반기 막판에 기회를 잡으며 주전으로 도약했고, 폼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잠재력을 지닌 공격수이기 때문에 후반기에 더 많은 득점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얼마 전 팀의 미드필드에서 활약을 보여주던 주니오르 말란다가 21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로 인해 팀 동료들과 팬들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볼프스부르크 허리의 미래를 책임질 뛰어난 선수였기 때문에 팀에게는 매우 타격이 크다.

또한 팀의 에이스인 데 브라이너와 나우도의 대체자가 없다는 점 역시 약점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겨울 휴식기 동안에 충분한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

현재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부터 유망한 미드필더인 장시저와 호펜하임으로부터 골키퍼 카스틸스를 영입했다. 전반기 동안 베날리오의 부상으로 후보키퍼였던 그륀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급하게 카스틸스를 데려온 것으로 보인다. 카스틸스 역시 호펜하임에서는 바우만에 밀리긴 했지만 상당히 뛰어난 골키퍼이기 때문에 앞으로 베날리오와의 경쟁이 기대되고 있다. 게다가 첼시에서 밀린 쉬얼레 영입설까지 나오고 있어, 충분한 보강이 이뤄진다면 후반기에 뮌헨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8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친 아우크스부르크는 더욱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선수들의 영입이 필요했다. 그러나 자금은 여전히 부족했고, 오히려 지난 시즌 에이스였던 안드레 한의 이적으로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은 완벽히 빗나갔다. 하위 팀과 하부리그에서 데려온 알짜배기 선수들이 생각 외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기존의 선수들과 조화를 잘 이루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러한 아우크스부르크의 돌풍에는 마르쿠스 바인지얼 감독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2012년 팀의 지휘봉을 잡고 첫 시즌 15위를 기록하며 겨우 강등을 면한 후, 지난 시즌 8위로 아깝게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놓친데 이어 이번 시즌에는 전반기가 끝난 현재 승점 27점으로 4위와 승점이 같은 6위에 위치하고 있다.

2년간의 노력 끝에 바인지얼 감독은 팀을 조직력이 상당히 좋은 팀으로 바꿔 놓았다. 매년 선수는 조금씩 바뀌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고, 바이어와 베르너가 중심을 잡아주며 팀을 하나로 잘 뭉치도록 도왔다. 때문에 이번 시즌 안드레 한의 이적으로 공격의 날카로움이 조금은 무뎌졌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한 든든한 후방 4백의 활약이 돋보인다. 팀 내 평점 4위안에 수비수 3명이 들어가 있다. 그 중 평점 1위는 이번시즌 영입된 왼쪽 풀백 바바다. 95년생인데도 팀의 주전으로 거듭나며 팀 내 최다 도움(4개)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크로스에 의한 공격 패턴은 아우크스부르크의 가장 주요한 공격 패턴이다. 칼센-브라커와 클라반의 센터백 호흡도 굉장히 좋다. 때문에 홍정호가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꾸준함의 상징인 주장 페어헤의 활약도 상당히 좋다. 이번 시즌 역시 기복 없는 활약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5골 2도움이라는 엄청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전담 키커이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5골로 팀 내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든든한 후방에도 불구하고 전방에서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볼프스부르크와 마찬가지로 ‘원톱 공격수의 부진’이 바로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원톱 공격수 두 명 모두 이번시즌에 영입되었기 때문에 팀에 적응과 동시에 경쟁을 하게 됐다.

그러나 마타브스와 쥬리치치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 모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각각 2골과 1골을 넣는데 그치자 오른쪽 윙어인 보바디야를 공격수로 기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해 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바인지얼 감독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지동원을 영입했다.

2년 전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에 임대 와서 반년 동안 엄청난 활약으로 팀의 강등을 막았던 좋은 기억이 있다. 바인지얼 감독은 지동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동원을 통해 공격력을 더 살리고자 영입했을 것이다.

문제의 원톱 공격수 자리 또는 보바디야가 원톱으로 가면 오른쪽 윙어로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도르트문트에서 기회조차 받지 못하던 지동원에게는 이번 기회가 매우 소중할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바인지얼 감독이 팀 문제의 해결책으로 그를 낙점 했으니 후반기 팀의 성적도 그의 활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뮌헨으로부터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임대로 데려오며 중원을 강화했다. 든든한 후방을 기반으로 호이비에르가 공·수로 연결고리가 되어주고, 전방에서 지동원이 팀 공격의 마침표를 잘 찍어 준다면, 아우크스부르크는 챔피언스리그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도 가능하며, 2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뮌헨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전반기를 17위로 마치며 절망에 빠진 도르트문트 선수들 (사진 = 도르트문트 공식)

3. 강등의 위협을 느끼는 팀들

-‘최악의 부진’도르트문트

지난 시즌 리그 2위였던 도르트문트가 꼴등에서 두 번째인 17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빈약한 득점력을 문제로 들 수 있겠다. 17경기에서 득점이 고작 18골에 불과한 도르트문트는 함부르크(9골), 프라이푸르크(17골), 쾰른(17골)에 이어 리그에서 4번째로 적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괴체에 이어 레반도프스키까지 빠져나간 공격진에 라모스, 임모빌레 영입을 통해 공백을 메우려고 했으나, 완벽히 예상을 빛나갔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4위와 세리에A 득점왕은 거짓말처럼 득점 본능을 잊은 듯 했다. 현재 두 선수 각각 2골과 3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비단 공격수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2선에서 공을 소유하면서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고 시선을 끌어줄 선수가 많이 부족했다. 이 역할을 해줄 로이스와 미키타리안은 부상 때문에 결장이 잦았고, 맨유에서 돌아온 카가와는 예전의 카가와가 아니었다. 덕분에 그들에게 쏟아질 상대의 압박이 다른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게다가 도르트문트를 상대하는 팀의 수비형 전술 덕에 더욱 상대에게 공을 쉽게 빼앗겼다.

그런 상황이 되자, 공격 숫자를 더 늘리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 선수들까지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2선과 3선이 가까워지면서 수비라인과 3선의 사이가 매우 벌어졌다.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의 수비라인 보호가 재대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따라서 공격상황에서 공을 빼앗기게 되면 상대 공격수는 도르트문트 수비와 바로 마주치게 되었다. 도르트문트 수비는 어쩔 수 없이 압박을 가하기 위해 전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뒷공간을 많이 내주면서 실점을 잦아지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 악몽에까지 시달렸다. 주전 선수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했고, 팀은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할 상황이 되지 못했다. 거의 전반기 내내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버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 운영이 힘들어 보였다. 또한 클롭 감독의 전술 특성상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굉장히 크다.

게다가 리그, 챔피언스리그, 컵대회를 모두 소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굉장히 지칠 수밖에 없었다. 많은 부상으로 로테이션이 힘든데 많은 경기를 소화하려니 정상적인 경기력이 나올 리가 없었다.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패스미스가 너무 잦았고, 기동력도 상당히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컨디션의 상대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힘겨웠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기록상으론 도르트문트가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기에서 도르트문트는 상대보다 점유율이 높았고, 슈팅도 훨씬 많이 쐈으며, 슈팅 당 유효슈팅 비율도 높았다. 이런 기록을 보인 팀이 승리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그 통계를 무시하는 팀이 도르트문트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임에도 도르트문트가 강등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겨울 휴식기를 지나면 대부분의 부상선수들이 복귀한다. 그 중 에이스 로이스의 복귀가 득점력이 빈곤한 현시점에서 도르트문트에게는 가장 반가울 것이다. 게다가 슬로베니아 국적의 공격형 미드필더인 케빈 캄플을 영입했다. 캄플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이다. 복귀하는 로이스를 비롯해 도르트문트의 공격진과 함께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면 공격수들의 득점도 점차 늘어갈 것이라고 본다.

또한 거의 1년 만에 경기장에 돌아온 귄도간은 생각보다 경기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휴식을 취했다. 정상컨디션의 도르트문트는 어느 팀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문제가 많은 도르트문트지만 명문 클럽답게 겨울휴식기를 지혜롭게 활용하여 다시 예전의 위용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