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감독이 영화 '강남 1970'을 통해 또 다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시대 정신과 풍경을 언어로 포착해냈던 시인 유하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감독 데뷔한 이래,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에 일체화된 배우들의 세밀한 연기를 담은 작품 세계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자신이 지나온 엄혹한 고교시절을 기초로 한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폭력의 시대를 영화적 향수의 대상으로 극화해 낸 그는 '비열한 거리'로 스타일이 앞서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한국형 느와르를 선보였다.
이후로도 유하 감독은 왕실 사극 '쌍화점'과 형사물인 '하울링'에서도 중심이 아닌 주변부 인물을 스토리의 핵에 놓는 고집을 놓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강남 1970'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영화적 발원지인 ‘강남’과 ‘1970년대’로 눈을 돌렸다.
'강남 1970'은 강남 개발이 막 시작되던 시절, 가진 것 없이 그저 잘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향해 날아올랐던 두 청춘의 이야기이다. 유하 감독은 꿈을 향해 도약했던 청춘들이 결국 그들이 선 거리가 욕망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비열한 거리’였음을 깨닫게 되는 비극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강남땅을 둘러싼 이권다툼 속에서 가진 것 없이 폭력에 기댈 수 밖에 없던 길 위의 젊음을 그리며 유하 감독은 '강남 1970'으로 10년에 걸친 ‘거리 3부작’을 완결한다.
유하 감독은 자신의 거리 3부작에 대해 '말죽거리 잔혹사'가 제도 교육이 어떻게 폭력을 만들어 내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비열한 거리'는 돈이 어떻게 폭력성을 소비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리고 '강남 1970'은 권력이 폭력을 소비하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자평하며, 세 작품 공히 거리에서 배회하는 뒤틀린 폭력적인 청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리 3부작이라고 말하고 있다.
1970년대 서울, 개발이 시작되던 강남땅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린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 완결편이자 이민호와 김래원의 만남, 정진영, 김설현, 유승목, 김지수 등 연기파 배우들로 짜인 탄탄한 조연진의 호연으로 기대를 모으는 '강남 1970'은 지난 21일 개봉, 언론과 평단은 물론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찬사를 받으며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