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장기산업 보험…CEO는 '파리목숨'

입력 2015-01-21 23:09
<앵커>

보험은 장기적인 산업인데도 보험사 CEO의 임기는 짧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경제팀 홍헌표 기자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보험사 대표들이 파리목숨이라고 하는데 어느정도 수준인가요?

<기자>

지난 한 해에만 CEO가 교체 된 보험사는 16곳입니다.

임기 만료가 돼서 교체가 된 경우도 있지만, 메리츠화재와 흥국화재 등 5개 회사에서는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대표가 중간에 교체가 됐습니다.

또, 임기를 채웠더라도 고작 2~3년만 대표를 하고 물러난 CEO가 대다수 입니다.

보험은 장기적인 산업이라는 것은 보험사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의 수명은 파리목숨인 겁니다.

문제는 삼성이나 한화, 롯데 등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입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그룹 인사이동에 따라 움직이고, 한화생명도 김승연 회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롯데손해보험과 흥국생명, 흥국화재도 각각 모회사인 롯데그룹과 태광그룹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오너가 분명히 존재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대라이프도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이 대주주로 있어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주혁 현 현대라이프 대표는 현대카드 부사장을 하다가 자리를 옮겼습니다.

<앵커>

임기가 짧다는 것 뿐만 아니라 보험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대표를 하고 있다고요?

<기자>

보험사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보험사 대표를 맡는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삼성생명 김창수 사장도 그렇고 앞서서도 언급해드린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은 대부분이 보험과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김연배 한화생명 부회장이나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대표, 이주혁 현대라이프 대표 등이 있습니다.

특히, 금융지주계열 보험사는 더 심각합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KB금융, 농협금융 등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생명보험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 CEO자리는 은행 부행장들이 말년에 내려오는 자리가 됐습니다.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은 은행에서만 몸담다가 신한은행 부행장을 거쳐 2013년 처음 보험업계에 발을 딛었습니다.

하나생명 김인환 사장도 하나은행 출신으로 보험사에서 일한 경력이 전혀 없습니다.

KB생명은 지난 달 교보생명 출신인 신용길 사장을 선임했지만 전임 사장인 김진홍 대표는 역시 국민은행 출신이었습니다.

외국계 보험사와는 크게 대조를 보이는 부분입니다.

푸르덴셜생명이나 메트라이프생명, 라이나생명 등 세계적인 규모의 회사들은 대표의 임기가 따로 있지 않고, 계속 계약이 연장되는 시스템입니다.

또, 현지 본사에서 내려오거나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맡은 보험 전문가가 대표로 선임됩니다.

<앵커>

보험사 대표의 임기가 짧고, 비 전문가가 많다는 것은 어떤 문제점이 있는 건가요?

<기자>

당연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하거나 상품을 팔 때도 장기적으로 봐야합니다. 현재 임기 때 상품을 많이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나중에는 회사에 손해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비 전문가들이 대표를 맡고 있고, 그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으니 의사결정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보험사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임기가 고작 2~3년인 사장이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미 포화상태에 빠진 국내 보험시장에서만 경쟁을 하는 것 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푸르덴셜생명이나 메트라이프생명 등 외국계 회사들은 자국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포화상태인 국내 보험시장에서도 연간 1천억원 이상의 꾸준한 순익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판매전략이 다르지만 고객들에게 브랜드파워에서 강점이 있는 것이 아닌점을 감안하면 대표의 능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방카슈랑스에서 강점이 있는 하나생명이나 KB생명은 제대로 된 영업점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네, 경제팀 홍헌표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