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 '신년기획 산업 트렌드 10' 세 번째 시간입니다. 앞선 기획에서 IT업계와 자동차 업계가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모습을 보셨는데, 조선업계의 키워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다운사이징입니다. 올해 조선업계가 놓인 환경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신인규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산업계 전반적으로 호재라는 저유가가 조선업계에는 달갑지 않습니다.
세계 2위 석유기업인 영국의 BP는 연초부터 300명의 인원 감축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내 3위의 정유사인 코노코필립스도 영국 북해사업에서 230명의 인원을 줄이고, 올해 투자예산도 사상 처음으로 예년보다 줄이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해외에서 저유가 등의 악재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비용을 줄이는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댄 잭슨 IO INVESTMENT 대표
"석유 관련업계에게는 도전적인 한 해입니다. 변화의 시점을 맞고 있고요. 골드만 삭스가 언급했듯이 유가는 지난 2년동안 가장 낮아졌으며, 업계는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조선업계의 최대 고객인 이들이 올해 허리띠를 졸라매, 일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정황이 관측되는 겁니다.
해양플랜트와 함께 우리 조선 업계의 주요 먹거리인 상선도 올해 회복세를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선가는 조금씩 오르고 있지만, 선박 발주량은 감소세입니다.
2014년 전세계 선박 발주량(3천970만CGT)은 2013년(6천81만CGT)보다 34.7% 줄었고, 한국 기업들의 전체 수주량(1천178만CGT)도 2013년(1천852만CGT)과 비교해 36.4% 감소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고효율 친환경 선박이 저유가 시대를 만나 예년만큼 각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조선업계가 무리하게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보다는 조직 유연화와 몸집 줄이기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 안팍의 중론입니다.
<인터뷰>김현 신한투자금융 애널리스트
"2015년에는 매출이 역성장한다거나 다운사이징, 이런 시작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노이즈라거나 기업들의 구조변화가 시작되는 첫 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과장급 이상 사무직 1천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직원 2만8000명의 5%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아울러 영업손실이 컸던 플랜트사업본부를 해양사업본부에 합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 일반적으로 호재로 분류되는 구조조정 소식에도 주가는 오르지 않았습니다.
시장에서는 추가 구조조정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합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기대 이하의 한 해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직 개편 성과를 내야 합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우리 정도 규모의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고용을 유지하려면 최소 150억달러는 반드시 수주해야 한다"고 신년사를 통해 밝혔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중공업의 올해 실제 수주액이 100억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고용을 유지하려면 최소 150억달러를 수주해야 한다는 박 사장의 말이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경영진단을 받고 조직 슬림화에 들어간 삼성중공업은 올해는 판교 R&D센터에 잔류한 인사ㆍ기획 등 사무지원인력 일부를 경남 거제 본사로 이동시키는 등 조직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유일하게 수주 목표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던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조직 재정비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인터뷰> 박형근 대우조선해양 상무
"기본적으로 조직, 특별히 생산조직과 설계조직이 기본적으로는 나누어져 있었는데, 이러한(조선업계 불황) 싸이클이 올 때마다 어떻게 유연하게, 또 시스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고, 저희들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올해 가장 요구되고 있는 겁니다.
<스탠딩> 신인규 기자
급변하는 대외 환경 속에서, 조선업계는 올 한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안팎의 중론입니다. 생존을 위한, 뼈를 깎는 '다운사이징'이 올해 과제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