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93편. 멀리 나는 ‘원추’처럼..

입력 2015-01-21 09:30
수정 2015-01-21 09:46
'장자' 외편 추수에 ‘원추(?雛)’라는 새 이야기가 나온다. 봉황의 일종인 이 새는 중국 남방에 살면서 남해에서 출발하면 북해까지 날아가는 긴 여정 중에 앉아 쉴 때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 않고, 배가 고파도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물도 단 샘물[예천醴泉]만 마셨다고 한다.

이런 원추의 행동에 대해 오만하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원추의 이런 행동이 오랜 기간에 걸쳐 피 속에 전해져 내려오는 절제된 습성이라면 그리 탓할 일도 아니다. 원추의 생존방식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심리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투자시장은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욕망을 일제히 분출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시세는 거래참여자들의 심리적 관성과 수급에 의해서 이뤄진다.

따라서 아무런 거래기준 없이 시장분위기에 취해 덜커덕 사고파는 즉흥적 매매를 했다가는 투자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거래에서 실패했더라도 원칙을 지켰다면 승리한 것’이란 말이 있다. 원칙을 지켜 투자를 했다면 일시적 거래실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자신의 신뢰를 지켰다는 점에서 성공이라는 것이다.

투자에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경솔한 투자의 빈도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좋은 펀드의 절대적 기준은 없다. 자신의 투자목적과 성향에 일치하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만이 최적의 펀드 선택요령이다.

“고점에서 꼭지를 잡았다거나, 바닥에서 마지막에 털렸다.”라고 푸념하는 투자자 심리의 이면에는 성급함이 자리 잡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바른 투자기준을 세우는 일은 쉽지 않다.

시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필요이상으로 주변을 둘러보거나, 남다른 성과를 얻고자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괜한 배짱으로 버티는 것도 자칫 시장의 흐름과 역행하는 전략이 되기 쉽다. 투자시장은 자신의 논리대로 나아가는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복합적인 변수가 엉켜 좀처럼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국내펀드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절제 없이 성급한 투자를 하는 것은 손실을 가중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경제학자이자 위대한 투자가였던 ‘케인즈(John Maynard Keynes)’는 "평범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는데, 특히 단번에 돈을 벌고 싶어 하고, 먼 장래에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평가 절하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펀드는 직접투자수단인 주식과 차별적 장점을 갖고 있다. 일정부분 구조적으로 성급한 투자를 자제하도록 해줄 뿐 아니라, 원칙 있는 투자가 가능하도록 한다. 도구는 활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쓸모가 달라진다. 멀리 나는 원추가 그렇듯, 정한 원칙과 절제를 바탕으로 펀드투자를 해나간다면 성공투자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