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중화스타’ 추자현이 대접받는 한류스타에게 주는 메시지

입력 2017-07-18 15:15


▲ 추자현 중국 진출 성공기. 추자현은 한국에서 쌓은 경력을 버리고, 중국에서 신인배우로 다시 도전했다.(사진 = 영화 ‘미인도’ 스틸컷)

18일 방영된 ‘SBS스페셜’ ‘신년특집 제3부 대륙의 생존기 편’에서는 한류스타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중요한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 단초의 주인공은 바로 배우 추자현이었다. 그녀로 인한 핵심 메시지는 대접 받으려는 한류스타는 곧 미래가 없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대개 추자현을 한류스타라고 말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한류스타라고 말할 수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한류스타로 중국에 진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화권 스타라고 불리는 게 맞아 보인다. 그녀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품으로 중국에 가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럴 필요가 없이 자체 구동력을 중화권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추자현은 그냥 평범한 배우로 중국에 진출했고, 본인이 그 자체로 중국에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고 각별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는지 모른다. 추자현은 한국에서 쌓은 경력을 버리고, 중국에서 신인배우로 다시 도전했다. 이른바 중고 신인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었다. 그녀는 대접 받으려는 자세를 버렸다. 추자현 중국 진출 성공기는 아마 곧 한국배우들의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보통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한류스타들은 한국의 작품활동이 미치는 후광 효과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나 노래 때문에 중국에 진출해서 각종 행사는 물론 작품 출연에 참여하게 된다. 여기에는 현지 제작사가 부실한 중국 콘텐츠에 한류배우들의 후광 효과의 덕을 보려 기대하고, 작품에 끼워 넣으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한류스타들이 추자현과 달리 대접을 받으러 간 태도 때문일까. 한류스타들이 참여한 작품 가운데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드라마는 많지 않다. 또한 그 지속성은 결국 한국의 작품 흥행에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류스타들은 한국에 돌아와 한국 작품을 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작품이 잘 될수록 중국에서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오래 갈 수 없음이 분명하다.

누구나 예측하듯이 한국 작품이나 스타들에 대한 주목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곧 중화권은 자체 내수 충족에 맞는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준에 곧 도달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인기 작품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류스타로 대접받으며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추자현은 스스로 스타의식이 없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연기를 위해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후광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중국인들의 문화적 기호와 취향에 적응해 나갔던 것이다.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소중한 고객으로 생각해 대접하는 자세로 연기에 임했던 것이 오늘날 중국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콘텐츠 산업이 더욱 커지고, 제작 수준이 올라갈수록 한류스타라는 후광 효과에 따라 대접받는 촬영은 지속되기 힘들 것이다. 중국의 시장에 대해서 탐을 내면 낼수록 한국의 배우들은 그곳에서 중고신인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대접해줘야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추자현은 말했다.

“알면 알수록 중국이 무섭다.”

맞는 말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왜일까.

중국을 점령하거나 진출하며 수익을 올려야할 대상으로 볼수록 그들에게서 공포감을 느낄 것이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꿔줘야 한다. 중국대륙 이전에 우리의 존재적 기본 공간이 어디인지 명확할 필요는 언제나 있다. 중국은 중국일 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대접을 해주고, 언제까지 생존을 할 수 있을지 따져보고 중화권의 스펙트럼에 발을 딛어야 할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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