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집중분석] 일본 승리 뒤 가려진 불운? 혼다 케이스케 '골대 해트트릭'

입력 2015-01-17 01:05
수정 2015-01-28 03:46
▲ '골대 해트트릭'의 주인공 혼다 케이스케가 16일 브리스번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일본 대 이라크의 경기에서 머리로 슛을 시도하고 있다.(사진 = 방송 캡처)

디펜딩 챔피언 일본이 예상대로 2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8강 진출을 확정짓지 못했다. 다른 조에서 2연승을 거둔 팀들(A조-한국, 호주 / B조-중국 / C조-아랍에미리트, 이란)은 모두 8강 진출을 확정지었는데 일본만 대접이 다른 것일까?

이유는 나머지 팀들의 경기 결과가 묘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뭔가 찜찜한 일본은 이 승점(골 득실) 계산 말고도 축구장에서 보기 드문 기록 하나를 바로 코 앞에서 목격했다. 혼다 케이스케의 '골대 해트트릭' 장면이다. 그들은 속상하겠지만 다른 축구팬들은 웃음부터 터져나온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일본 축구대표팀이 16일 오후 6시 호주 브리스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D조 이라크와의 맞대결에서 1-0으로 이기고 2연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8강 진출을 완전히 확정지은 것이 아니다. 최약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다른 팀들도 대승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화)에 열리는 마지막 3차전에서 운명이 결정된다.

일본은 경기 시작 후 23분만에 페널티킥으로 넣은 선취골을 끝까지 잘 지켜냈다. '이누이-카가와 신지-혼다 케이스케'가 엮어낸 공격 흐름이 이라크 선수들을 크게 흔들어놓은 것이다. 혼다 케이스케의 왼발 인사이드 킥이 이라크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깔려 들어갔다.

1-0으로 전반전을 마친 일본은 후반전에 최소한 한 골 정도는 더 보태서 완승을 거둘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간판 골잡이 유누스 마흐무드가 이라크 공격을 이끌었지만 일본의 수비 조직력을 제대로 흔들어놓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전에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몸놀림이 무뎌졌다. 아무래도 브리즈번의 습도 높은 기후 조건이 집중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열린 각조 2라운드까지의 16경기 결과를 놓고 경기장 별로 득점 비율을 비교해봐도 브리즈번 스타디움은 경기당 1.5골(4경기 6골)로 이번 아시안컵 다섯 군데의 경기장 중에서 가장 낮은 득점률을 보인 것이다.

멜버른에 있는 렉탱귤러 스타디움도 브리즈번과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4경기를 치렀는데 무려 18골이나 터져나와 경기당 4.5골이 만들어졌다. 캔버라 스타디움도 경기당 2.5골(4경기 10골)을 기록했고, 일본과 팔레스타인이 맞붙은 단 1경기만 치른 뉴캐슬 경기장에서는 4-0 결과가 나온 상태다.

이것만 봐도 17일(토) 오후 6시에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호주와 맞붙는 한국 대표팀이 기후 조건에 대한 대비책을 꼼꼼하게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후반전 선수 교체를 통해서라도 지치고 집중력이 흐려진 선수를 바꿔서 끝까지 준비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습도가 높은 브리즈번의 기후 때문인지 일본의 1-0 승리 이면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져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주인공도 일본이 자랑하는 미드필더 혼다 케이스케였으니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혼자서 골대를 세 차례나 때리는 '골대 해트트릭' 비운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혼다 케이스케는 16분에 나카토모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 골문 바로 앞에서 헤더로 골을 노렸는데 오른쪽 포스트를 때렸다.

후반전 시작 직후에도 이라크 골문 정면을 바라보며 오른발 인프런트킥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아웃됐다.

혼다 케이스케의 보기 드문 골대 해트트릭을 완성시킨 것은 65분의 일이다. 왼쪽 측면에서 교체 선수 기요타케 히로시가 절묘하게 보내준 낮은 크로스가 혼다 케이스케의 발 앞으로 굴러왔다. 그리 빠른 공도 아니어서 빈 골문에 그냥 밀어넣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살짝 미끄러지며 오른발 슛을 시도한 혼다의 인사이드킥은 전반전처럼 오른쪽 포스트를 때린 것이다. 지지리도 운이 따르지 않는 그날이었다.

일본은 이렇게 2연승을 기록했지만 20일(화)에 열리는 요르단과의 D조 마지막 경기에서 패할 경우 세 팀이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을 만들 수밖에 없다. 골 득실차에서 가장 유리한 지점에 올라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한편, 이보다 2시간 전에 멜버른에 있는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끝난 경기는 요르단이 팔레스타인을 5-1로 크게 이기고 8강 진출을 위한 희망의 불씨를 밝혔다.

※ 2015 AFC 아시안컵 D조 결과(16일 오후 6시, 브리스번 스타디움)

★ 일본 1-0 이라크 [득점 : 혼다 케이스케(23분,PK)]

◎ 일본 선수들

FW : 오자자키 신지

AMF : 이누이 다카시(63분↔기요타케 히로시), 카카와 신지, 혼다 케이스케(89분↔무토 요시노리)

DMF : 하세베 마코토, 엔도 야스히토(63분↔곤노 야스유키)

DF : 나카토모 유토, 모리시게, 요시다, 사카이 고토쿠

GK : 가와시마 에이지

★ 요르단 5-1 팔레스타인

◇ D조 현재 순위

1 일본 6점 2승 5득점 0실점 +5

2 요르단 3점 1승 1패 5득점 2실점 +3

3 이라크 3점 1승 1패 1득점 1실점 0

4 팔레스타인 0점 2패 1득점 9실점 -8

◇ D조 마지막 경기 일정(1월 20일 화요일 오후 6시)

☆ 일본 - 요르단(렉탱귤러 스타디움-멜버른)

☆ 팔레스타인 - 이라크(캔버라 스타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