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이어진 소년과 노인…연극 ‘해롤드&모드’ 프레스콜

입력 2015-01-16 14:57


연극 ‘해롤드&모드’의 프레스콜이 1월 15일 오후 2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시연, 기자간담회, 포토세션 순으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시연에는 자신의 삶에 답답함을 느끼는 ‘해롤드’ 역의 강하늘과 사랑스러운 할머니 ‘모드’ 역의 박정자가 무대에 올랐다. 이외에도 ‘체이슨 부인’역의 우현주와 ‘신부’ 역의 홍원기, ‘정원사’ 역의 김대진, ‘멀티’의 이화정이 함께했다. 하이라이트 장면으로는 1막 3장과 2막1장, 2막 2장, 2막 8장이 차례대로 시연됐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양정웅 연출가와 박정자, 강하늘이 자리했다.

연극 ‘해롤드&모드’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1980년에 희곡으로 재창작되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이후 연극 ‘해롤드&모드’는 세계 각국의 공연을 거치며 명작으로 인정받았다.

작품은 소년과 노인의 사랑을 다룬다. ‘해롤드’는 부유한 집에서 자란 19살 소년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엄격한 규율에 갑갑함을 느낀다. ‘해롤드’는 부모님 앞에서 자살쇼를 벌이며 분노를 표출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해롤드’는 80세 노인 ‘모드’를 만난다. ‘모드’는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자유분방한 할머니다. 그녀는 가족 하나 없는 삶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해롤드’는 사랑스러운 ‘모드’의 모습에 점차 사랑을 느낀다. 작품은 ‘해롤드’가 ‘모드’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다.

- 연극 ‘해롤드&모드’의 연출 포인트는 무엇인가?

양정웅 연출 : 이번 공연은 박정자 선생님의 여섯 번째 공연이다. 무엇보다 원작에 충실하려고 애썼다. 배우가 돋보이기 위해서는 원작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 무대 위 배우들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원작을 최대한 반영했다.

- 연극 ‘해롤드&모드’가 다루고 있는 사랑의 의미는 무엇인가?

양정웅 연출 : 사랑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남녀 간의 로맨스도 사랑에 속한다. 연극 ‘해롤드&모드’는 남녀의 사랑 외에도 우정과 인간적인 사랑을 다룬다. ‘모드’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포용하는 인물이다. ‘모드’가 보여주는 사랑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 연극 ‘해롤드&모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박정자 : ‘모드’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롤모델이 생겼다. 바로 ‘모드’다. 누군가를 닮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이다. ‘모드’를 롤모델로 생각하다 보니 무한한 애정이 샘솟는다. 나에게는 ‘모드’의 사랑과 진리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드’를 단순히 롤모델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모드’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모드’는 무공해의 인물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맑고 깨끗함은 세상을 정화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지금까지 5명의 ‘해롤드’와 함께했다. 여섯 번째 ‘해롤드’인 강하늘은 어떤 점이 다른가?

박정자 : 하늘이가 드라마 ‘미생’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늘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젊은 층의 관객이 많아졌다. 나는 주로 중장년층의 관객을 끌어오는 배우다. 반면 하늘이는 젊은 세대를 불러 모으는 힘이 있다. 강하늘의 인기로 그간 바라던 관객의 모습이 완성됐다. 나는 젊은 관객들만 꽉 들어차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번 공연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온다. 하늘이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배우 강하늘이 생각하는 무대와 연극은 무엇인가?

강하늘 : 영화나 드라마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능력이 백이라면 나는 백이라는 범주 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순발력만 발휘하다간 곧 밑천이 드러날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겁이 나더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대는 나에게 있어 집이다. 집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꾸준히 무대에 올라서 방송과 영화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 강하늘이 바라본 ‘모드’ 역의 박정자는?

강하늘 : 선생님께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박정자 선생님은 굉장히 귀여운 분이다. ‘모드’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연습이나 리딩을 하면서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는 편이다. 그때마다 선생님께서는 물 흐르듯이 받아쳐 주신다. 정말 대단한 내공이다. 박정자 선생님을 보면서 ‘아, 이래서 선생님이시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 상대방의 이성적인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정자 : 강하늘은 굉장히 겸손하다. 거기에 다정다감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강하늘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지킬 줄 안다. 사실 하늘이는 이제 시작하는 배우다. 아직은 배우로서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배우는 평탄치 않은 길이다. 좌절도 있고 오르막도 있다. 하늘이는 선배로서 건네는 충고를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강하늘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한다.

강하늘 : 아까 말했다시피 박정자 선생님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이다. 처음에는 선생님과 함께 작업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혹여나 무섭거나 나를 어리게 보진 않을까 걱정했다. 연습에 들어가면서 걱정이 사라졌다. 선생님은 배울 점이 많은 분이다. 평소에 이상형으로 배울 점이 많은 여자를 꼽는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은 내 이상형과 가깝다. 지금까지 연극계를 종횡무진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여기에는 선생님의 치열함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치열함을 가지고 계시다. 이런 노력이 젊음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 출연진과 제작진 중에서 누가 가장 패셔니스타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강하늘 : 박정자 선생님께서 옷을 정말 잘 입으신다. 항상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고 연습실에 나타나신다. 거기에 포인트로 각양각색의 양말을 매치하신다. 박정자 선생님은 누구보다 젊은 패션감각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다.

박정자 : 최고의 베스트 드레서는 양정웅 연출가다. 배우 이상의 패션감각을 자랑한다. 양정웅 연출가 앞에서 배우들은 노동자가 된다. 극장과 집을 오가다 보니 멋을 내고 싶어도 쉽지 않다. 양정웅 연출은 다르다. 무대를 만드는 섬세함이 패션에도 묻어난다. 우리 중에 가장 뛰어난 패셔니스타가 아닐까 한다.

- 시청률 공약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이번 공연에도 공약을 건다면?

강하늘 : 얼마 전에 ‘미생’의 시청률 공약인 게릴라 공연을 열었다.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섣불리 공약을 걸기가 겁이 난다.(웃음) 연극계에서 만 명은 굉장한 숫자다. 만약 누적 관객 만 명이 돌파하면 특정한 회를 정해서 관객들에게 야식차를 쏘겠다. 참고로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결제하겠다.

박정자 : 누적 관객이 만 명이 넘으면 특별한 분들을 공연에 초대하고 싶다. 극장에서 연극을 본 적이 없는 이웃들과 함께하고 싶다. 국립극장에 한 번도 와보지 못한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들에게 연극 ‘해롤드&모드’를 보여드리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

- ‘19 그리고 80’에서 이름을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

양정웅 연출가 : ‘19 그리고 80’이란 제목은 작품의 트레이드마크다. 그간의 명성을 업고 가기 위해 ‘19 그리고 80’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싶었다. 사실 제목이 바뀐 이유는 간단하다. 원작자가 제목을 바꾸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연출가 입장으로는 새로운 이름으로 작품을 올리게 되어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 연극 ‘해롤드&모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강하늘 : 박정자 선생님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 박정자 선생님은 초연부터 함께해서 벌써 여섯 번째 공연에 오른다. 선생님이 계속해서 작품에 참여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이번에 함께 작업하면서 이유를 깨달았다. 연극 ‘해롤드&모드’가 주는 메시지는 세대를 초월한다.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이 점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