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리뷰] '오늘의 연애' 제 옷 입은 이승기-확 달라진 문채원의 썸 하모니

입력 2015-01-15 17:13
수정 2015-01-15 17:19
SBS '룸메이트'에서 소녀시대 써니는 말했다. "나도 썸 타보고 싶다. 연락이 오면 전화기를 쥐고 지금 연락해야 되나, 1분 뒤에 연락해야 되나 고민하고 싶다." 하지만 이어서 써니는 데뷔 후 연애 경험은 몇 번이냐는 질문에 "유치하게 그걸 세야 해?"라며 '쿨'한 태도를 연출했다.

써니의 말처럼, 연애가 몇 번인지 셀 필요는 없지만 '가슴 떨리는 썸'의 스릴은 느껴보고 싶다는 것이 '오늘의 연애'일까?

물론 이승기와 문채원이 주연을 맡은 영화 '오늘의 연애'는 써니의 말과는 크게 상관없다. 다만, 써니처럼(?) '썸' 타느라 사랑이 어려워진 이 시대 청춘 남녀들을 위한 영화를 표방하는 만큼, 그 어렵다는 '썸'이 어떻게 진짜 연애로 진전되는지를 탐구한다.



18년째 진전도 없고 정리도 어려운 미묘한 사이를 이어가는 초등학교 동창 남녀 준수(이승기)와 현우(문채원)의 이야기를 담은 '오늘의 연애'는 이들이 '썸'에 종지부를 찍고 연인이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착하고, 성실한 초등학교 선생님인 준수는 호감 가는 외모와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지만 매번 100일도 못 가 여자들에게 차인다. 사실 준수는 초등학생 때부터 쭉 현우를 짝사랑 해왔지만, 직접적으로 "사귀자"라고 말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준수는 현우의 옆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18년이라는 긴 시간을 흘려 보냈다.

현우는 남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미모의 기상캐스터다. 남들 앞에서 현우는 싹싹하고 애교 있게 행동하면서도 준수 앞에서는 폭언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여성이다.

직장 상사 동진(이서진)을 좋아하는 현우는 늘 자신의 뒤에서 18년 동안 보살펴주고, 챙겨주는 준수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



이렇게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사이로 지내오던('썸'의 범위는 넓지만, 이것이야말로 다양한 '썸'의 공통점인 듯하다) 준수와 현우 사이에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온다.

준수의 기습키스에도 "떨리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던 현우였지만, 자신이 위기에 처하자 언제나 늘 곁에 있어주던 준수의 존재를 알아챈다. 결국 18년 동안 '썸'만 타던 준수와 현우는 진정한 사랑을 향해 가게 된다.

영화의 진행 방식이나 엔딩, 캐릭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첫 스크린 도전을 감행한 이승기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다는 점은 모두 동의할 듯하다. '오늘의 연애'는 가수,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를 병행해 온 이승기의 영화 데뷔작이다.

앞서 이승기는 언론시사회에서 극중 준수에 대해 "내 실제모습과 싱크로율은 한 80% 정도 되는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영화 속에서 이승기는 준수가 실제 이승기라고 생각하게 할 만큼 극중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연기를 펼치며 스크린 도전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최종병기 활'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거머쥔 문채원의 천연덕스러운 변신 또한 볼 만하다. 사극에 잘 어울리는 청순한 외모, 영화 '최종병기 활' 및 드라마 '바람의 화원' 등에서의 단아한 이미지로 유명한 문채원은 입에 착착 감기는 욕설은 물론이거니와 술주정을 부리는 진상녀의 모습까지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문채원 또한 이번 작품으로 '로코퀸'으로 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하다.

이승기와 문채원 외에도 배우 이서진, 가수 정준영 등의 까메오 출연이 양념으로 작용해, 영화에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점도 매력이다.

'남녀가 18년간 오로지 친구관계로 지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사실 이미 수십 년간 반복돼 왔다. 다만, 오늘날에는 '썸'이라는 화두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이 질문에 더욱 흥미로운 여러 가지 변수들을 추가하고 있다.

그런 변수 중 하나인 초등학교 동창 남녀의 연애담을 그린 '오늘의 연애'는 써니처럼 '썸 타고 싶은' 남녀뿐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이 어떻게 연애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모두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사진=CJ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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