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 "이창동 감독과 작업하고 싶다"

입력 2015-01-12 10:06
수정 2015-01-23 11:02


밝고 쾌활하다. 나긋나긋 이야기를 하다가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이 상대방까지 기분 좋게 한다.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의 소유자 배우 오지은이다.

지난해 6월 23일 첫 방송, 지난 2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를 통해, 또 다른 연기 변신에 성공한 그녀는 한층 성숙하고,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한국경제TV 와우스타는 지난 9일 연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지은을 만났다.

첫 타이틀롤 도전에 나선 오지은은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걱정도 컸지만 조금씩 드라마가 자리를 잡아갔고, 끝을 맺은 순간에야 안도와 여유가 찾아왔다.

“부담이 됐어요. 타이틀롤이다 보니 시청률이 조금 지지부진하면 ‘내 탓인가’라는 생각에 책임감도 생기고 그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했죠. 어떻게 대본을 잘 표현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고요. 모든 배우들이 협력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잘 마무리 된 것 같아요. 특히 상대역 기태영 씨가 매우 듬직했어요. 기댈 수 있는 배우라 좋았어요.”

극중 오지은은 결혼식 날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의 억울함과 그 배후에 있는 친모의 악행을 파헤치기 위해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억척녀 한소원을 연기해 호평 받았다. 그녀의 성숙해진 연기력은 미래를 더욱 기대되게 만들고 있다.

“배우에게 ‘연기를 잘 한다’는 말 만큼 최고의 찬사는 없을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아 하늘을 날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늘어가는 게 보였어요. 상대방과의 호흡이 능수능란해지고 연륜이 붙는 느낌이요. 촬영하면서 방해가 되는 것들은 모두 차단했어요. 정신을 빠짝 차렸죠.”(웃음)



대부분의 인기 드라마가 그러하듯이 ‘소원을 말해봐’도 막장 코드가 주를 이뤘다.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친모와의 싸움, 식물인간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의 사랑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감정을 소비하기를 바라잖아요. 그러려면 소재가 강한 게 필요하죠. 사실 집에서 대본을 볼 때는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어요. 근데 촬영장에서 카메라가 돌면 나도 모르게 소원이 캐릭터에 빠져 있는 거예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지금도 감정 때문에 가끔 울컥해요.”

122회까지 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소원이는 밝은 인물이지만 결혼식을 앞두고 뺑소니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겪는 소원이의 슬픈 감정을 연기하기 것이었다.

“드라마가 끝나니 새해가 밝았더라고요. 원양어선 탄 기분이 들었어요. 너무 힘들었죠. 촬영하면서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웃어 본적이 없어요. 덕분에 감정연기에 대해 두려움이 없어졌어요. 친엄마(차화연)가 소원이의 존재를 알고 내심 안아줄 줄 기대했었는데, 매몰차게 대하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욱했어요. 남편은 쓰러져 있고, 내편이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인기를 누린 드라마의 주인공인 만큼 뿌듯한 순간도 많아진다. 일일극의 주 시청 층인 아버님, 어머님들에게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큰 힘이 됐다. 그는 ‘소원을 말해봐’ 또한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터닝 포인트’라고 정의했다. 시청자들이 연기에 대해 날선 평가를 내리지만 그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여겼다.

“제 연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기쁨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 경험이었어요. ‘수상한 삼형제’는 저를 배우로 탄생시킨 작품이고, 모든 작품이 제에게는 터닝 포인트죠. 초반에 시청률이 좋다가 하이라이트 시점에 결방된 게 아쉬웠어요. 흐름을 이어갔으면 많이 보셨을 텐데. 그래도 마지막에 선전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내내 그는 홀가분한 미소를 자주 지었다. 122회라는 긴 호흡의 드라마를 성공리에 끝마친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미소였다.

“‘소원을 말해봐’가 좋긴 했지만 다시 촬영하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아요. 이 감정을 그대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죠.”

지난 2010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오지은은 2014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상을 못 받았다. “연기자로써 시상식에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하는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2010 KBS 연기대상에서 여자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고 고마운 분들께 소감을 제대로 못 전해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수상하면 소감을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는데 못 받았네요. 어머님이 한약도 직접 달여 주시고 고생이 많으셨어요. 생일이어서 살짝 기대도 했었는데.”(웃음)

1981년 생으로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영화를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한 오지은은 영화 ‘쌍둥이들’(2007), ‘내 생애 최악의 남자’(2007), ‘장례식의 멤버’(2008), ‘진실한 병한씨’(2008), ‘멋진 하루’(2008), ‘평행이론’(2009), ‘불신지옥’(2009), ‘하우스 패밀리’(2009) 등과 드라마 ‘불량가족’(2006), ‘이산’(2007), ‘수상한 삼형제’(2009), ‘웃어라 동해야’(2010), ‘청담동 살아요’(2011), ‘광개토태왕’(2011), ‘드라마의 제왕’(2012), ‘귀신 보는 형사-처용’(2014), ‘소원을 말해봐’(2014), 그리고 리얼프로그램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in 히말라야’(2013)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며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미지 변신이 어렵다. 오지은은 기본이 탄탄한 배우다. 연기력이 뒷받침되기에 이미지 변신에 도전할 수 있었다.

“단편영화,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 미니시리즈, 시트콤, 리얼리티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했네요. 저도 저를 잘 몰랐는데 제 안에는 도전정신이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문득 제가 틀에 박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걸 깨기 위해 다른 걸 시도하는 것 같아요.”



오지은은 이제 ‘소원을 말해봐’에서 벗어나야 한다. 쉴 틈 없이 차기작 연습에 매진할 그녀는 잠깐의 휴식을 보낼 생각이다.

“친한 친구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안했어요. 제가 꼭 참석해야할 친구였는데, 만나서 풀어줘야죠. 드라마가 끝나면 한 달 정도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부딪혀 보고도 싶고요. 그러면서 본성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는 일기도 쓰고 나의 가록을 남기고 싶어요. 돌아보니 늦게 데뷔해서인지 7-8년 활동을 하면서 쉬었던 시간은 6개월 정도였더라고요. 다양한 인생을 살았지만 오지은이 하고자 하는 것은 없었어요. 여유를 찾고 싶어요. 올해는 마음을 열고 연애도 하고 싶고요.”

오지은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욕심 많은 배우다.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30대의 연기 잘하는 여배우로 손꼽힐 만하다. 욕심 많고, 열정 많고, 끼 많은 배우 오지은. 그는 경험을 통한 연기, 즉 여러 가지 역할을 다 해보고 싶단다.

“아직까지 해보지 않은 역할이 많아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다음 작품은 사람냄새 나는 영화를 만드는 이창동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어요. 독립영화로 시작해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경험이 쌓여서 기대하셔도 좋아요.”(웃음)

연기력을 인정받은 내공의 소유자 오지은은 감수성 풍부하고 유머감각도 넘치는 배우였다.

(사진 = 스튜디오 아리 이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