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윤맘의 육아타임즈]둘째 임신, 그 전과 후 이야기

입력 2015-01-09 16:17
둘째 임신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 나는 너무도 달라졌다.

임신을 알기 전,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낼 수 있다고, 처녀 때도 안 해본 일들을 육아를 하면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어떤 일이든 시도해 볼 의욕 넘치는 아기엄마였던 내가 어떻게 임신 사실을 알고 난 후 이렇게 변할 수가 있는지...



임신을 알기 전 "그냥 내가 좀 피곤한가 보다~잠 좀 덜 자면 어때~가윤이 재우고 난 시간이 밤이든, 새벽이든 나만의 시간을 즐기자"라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었던 마인드를 가졌던 내가, 의사 선생님의 말씀 "임신 초기입니다"를 듣고 난 후에는 180도 달라져 버렸다.

조금이라도 졸리다 싶으면 "임신했으니까 잠은 자야지, 쉬어야지..." 하며 늘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정도 낮잠을 잤으면 밤이라도 생생해야 하는데 이건 뭐...낮이건 밤이건 새벽이건...내내 누워만 있다. 졸리면 그냥 자 버리기는 기본...가윤이가 깨워서 겨우겨우 일어나는 게으름뱅이 엄마가 되었다.

분명 임신 전 난 둘째를 갖더라도 내 시간 잘 활용하면서 태교할 거라고 굳은 다짐을 했었는데, 다 어디로 가버린걸까?

당연히 임신부인데 이 정도는 쉬어야지...당분간 쉬어야지...밀린 집안일들은 쉬엄쉬엄 해야지...라는 생각에 너무도 나태해진 요즘이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임신부의 또다른 증상...너무나 심해진 감정기복!

우리 딸 가윤이에게 갑자기 생겨버린 동생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너무나 큰데, 순간순간 이유없이 치밀어 오르는 짜증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내가 잊지 않고 잘해줘야지, 우리 아기 상처받지 않게 잘 놀아주고 임신 전과 똑같이 예뻐해 줘야지...늘 그 생각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데도.

겨우 한 돌 반인 가윤이는 아직 아기니까 흘리며 먹는 건 당연하다. 가윤이 입장에선 늘 하는 행동이다. 문제는 나다. "괜찮아~ 괜찮아, 치우면 돼~" 하다, 계속 먹을 걸 흘리는 가윤이를 보고 갑자기 나도 모르게 가윤이를 혼내고 있다.



피곤하다, 몸이 지친다는 핑계로 방에 누워만 있다보니...놀아달라고 장난감들을 방으로 하나 둘 가져오는 가윤이를 "이걸 왜 또 다 가져왔냐"고 혼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뿐 아니다. 나는 졸려서 비몽사몽인데 잠잘 생각이 없어보이는 가윤이에게 또 다시 화를 냈다. "왜 안 자!!!! 제발 잠 좀 자!!"라며 화를 내는 못난 엄마...이렇게 변해가는 게 나라니.

이게 반복되다 보니 가윤이는 내가 한번 혼내고 나면 멀뚱멀뚱 눈치만 보게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2차적으로 신랑 정진욱 씨에게도 불똥이 튄다. 한번 욱하며 짜증이 나 버리면 걷잡을 수 없는 내 분노지수...영문 모르는 신랑은 그저 내 기분 맞춰 주려고 애를 쓴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해가 안 갈만큼 별 일 아닌 것에 화를 내고, 또 금세 미안해하고...

사실 가윤이를 가졌을 때도 그랬었다. 그때도 늘 내 짜증을 받아주기만 했었는데, 그때 적응이 된 건지 우리 정진욱 씨는 "얘가 또 임신해서 이렇구나~"라고 잘 받아주고 있어서 더 큰 싸움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다행이다.

한바탕 내 기분대로 분풀이를 한 후. 잠든 우리 딸 모습에 또 가슴이 울컥한다. 고작 18개월 된 아기가 말을 못 알아듣는 건 당연한데, 혼날 짓을 한 게 뭐 있다고 내기분대로 혼내고 짜증내고 그랬을까. 그런데도 아무리 이유없이 혼내도 엄마라고 좋다고 뽀뽀하고 안아주는 딸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가윤이를 혼내지 않고 늘 잘해주리란 장담은 못해도, 늘 가윤이를 사랑한다는 것과 엄마 기분대로 딸에게 화풀이하는 못난 엄마는 되지 않겠다는 것만은 다짐해본다. 가윤이, 그리고 우리 남편에게도 미안하다. 또 어떤 어이없는 일로 짜증을 낼지 모르지만...그러려니 해 주길. (정리=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예은 기자)



★tvN '푸른 거탑', '코미디 빅리그', '황금거탑'의 개그맨 정진욱과 그의 아내 송지연이 펼치는 ‘가윤맘의 육아 타임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