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우리 청년들에 대한 각종 고용노동 문제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일컬어지는 단시간 근로부터 시작해서 등록금 문제, 또 가장 심각한 취업난까지 청년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소식 알아봤습니다.
<앵커>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은 언제나 상대적인 약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뜩이나 취업도 어려운 데 아직 어리고 사회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피해를 보곤 하는데요. 어떤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나요?
<기자> 요즘 쓰는 말로 ‘웃프다(웃기면서도 슬프다)’ 라고 할 수 있는 소식입니다. 디자이너 이상봉씨가 2014 청년 착취대상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앵커> 청년 착취대상이요? 좋은 상은 아닌 것 같네요.
<기자> 맞습니다. 참으로 굴욕적인 상이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패션노조가 지난달 말에 온라인 공개 댓글 투표를 통해서 우리나라 오너 디자이너 5명을 대상으로 패션계 청년들을 가장 많이 착취한 디자이너를 선정한 결과입니다.
이상봉 사장은 유효표 111표 가운데 59표, 53%의 지지를 받아 ‘청년착취 대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패션노조와 청년유니온은 강남에 있는 이상봉 사무실을 찾아가 상장과 화환을 전달했습니다.
<앵커> 말이 상이지 상당히 굴욕적이고 망신스러운 소식인데,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상을 받게 된건가요?
<기자>패션노조는 이상봉 사장이 오랜 세월 견습 디자이너의 월급을 10만원, 인턴의 월급 30만원, 정직원은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채용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이라면 법을 어긴 상당히 심각한 문제겠죠.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이에 대해서 이상봉측 관계자는 교수 추천 등으로 온 연수생들을 인턴이라고 부르는 데 진짜 인턴사원과 이들에 대한 명칭상에 혼란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들 사원들은 월급 30만원을 받고 2학점을 인정받는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법을 지키기 위해서 지난해부터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고, 1~2년차 급여는 최저임금에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우리가 진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판단을 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연수생에게 월 30만원을 주고, 1~2년차 급여가 고작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한다면 상당히 열악한 조건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이면 월 110만원 수준이죠. 거기에다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한지가 몇 년짼데, 지난해부터야 시행했다니, 이상봉측의 해명이 왠지 씁쓸하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이 우리 노동시장에 대해 느끼는 모멸감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이렇게 노동의 가치가 저평가 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은 커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비단 패션계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소셜커머스 업체죠. ‘위메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앵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라면 최근 계속해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업체가 아닌가 싶은데, 어떤 사례인가요?
<기자>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영업사원을 새롭게 채용하면서 수습직원 11명을 뽑아 하루 14시간동안 근무를 시켰습니다. 수습직원이지만 거의 정직원처럼 업무를 시킨 겁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문제는 불과 2주만에 이 직원들을 전원 해고시켰다는 겁니다.
<앵커> 직장 구하기 힘든 요즘같은 시대에 학생들은 을이고, 기업이 갑이죠. 갑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이런 식의 행태를 보인 거로군요.
<기자> 말이 수습사원이지, 이 사원들은 수습기간동안 계약을 따내기도 해서 홈페이지에서 정식 판매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영업업무라는 게 직접 업체를 찾아가 사장을 만나고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만큼 상당히 직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업무인데, 위메프는 2주만에 이 직원들이 평가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모두 해고처분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직원들이 반발하고 논란이 확산되자 위메프가 11명의 수습직원 전원을 채용하겠다고 급선회했다는 겁니다.
<앵커> 이 경우는 법을 어겼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사회 통념상 용납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명확한 원칙도 없고, 걸리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우리 청년들을 착취할 수 있다고 보는 기업들이 얄궂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이런 문제는 단시간 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특히 더 심각합니다. 고용부는 지난해 말에 전국 24개 지역의 청소년 권익보호 합동점검을 실시했습니다. 불과 4일동안 총 163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겨울방학기간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일반음식점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는데, 위반사례의 40%가 근로조건조차 명시하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우리 청년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임금을 얼마나 주겠다. 근로시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다. 이런 것들을 공식적으로 기록한 계약서 조차 작성하지 않은 채로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었던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업주들이 이렇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유는, 단시간 근로자들이 일을 장기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직하기 때문입니다. 매번 새로운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 때마다 근로계약서를 새로 쓰는 게 번거롭다는 겁니다. 이뿐만아닙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연장근로를 시켜놓고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지역의 영세한 음식점들이 주로 이런 경우가 많았던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업주들이 잘 알지 못해서 법을 위반한 것으로 추측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적발되면 즉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적발된 즉시 과태료 500만원이 업주에게 부과가 되고,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은 사업장에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중입니다.
그리고 이와함께 또한가지, 주유소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경우에는 수습직원이라고 해도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줄 수 없게 됩니다. 업주분들 명심하셔야겠습니다.
<앵커> 청년에 대한 고용착취 문제를 그동안 정부와 사회에서 수차례 지적을 해왔는데도, 여전히 사회적인 약자들을 착취하는 악덕 업주들이 등장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기자> 그래서 최근 이런 불쌍한 세태에 놓은 청년들을 표현하는 신조어도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열정페이, 거의 무급에 가깝게 임금을 주면서 “청춘이니까 돈보다는 열정으로 일해라”라고 뻔뻔하게 나오는 기업들의 행태를 말합니다.
옛날에는 대학등록금을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열심히 공부해 출세하는 소위 ‘개천에서 용나는’ 케이스들이 많이 있었지만 ‘열정페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요즘 학생들에게 자기가 벌어서 대학을 다니는 일이 가능할까 의문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신조어도 있습니다. 취업은 안되고 학자금 대출도 갚지 못해서 빚에 허덕이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고 해서 ‘청년실신’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앵커> 청년 고용노동 문제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죠. 이제는 좀 정부가 제대로 칼을 빼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은데요.
<기자> 어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같은 문제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충남대에서 간담회를 가진 최경환 장관은 “단군이래 최고 스펙을 가졌다는 청년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갖기 힘들고 등록금이 빚으로 남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해온 취업과 창업, 장학금 등 다양한 지원책들이 청년층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제대로 된 보호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