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혜정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선물 같은 작품"

입력 2015-01-07 10:29
수정 2015-01-07 10:58


강혜정이 엄마로 돌아왔다.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보여준 친구 같으면서도 똑 부러진 하루엄마가 아닌 철부지 엄마로 스크린에 나섰다. 그간 개성 강한 캐릭터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과 달리 힘을 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혜정은 아이 엄마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소녀 같았다.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아질 정도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엄마 연기, 하기도 편해요”

“하루 엄마라기 보단 언니 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하니 강혜정은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미 하루 엄마로 유명하지만, 동안인 외모 탓일까? 왠지 엄마 강혜정의 모습을 금방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진 첫 엄마 연기를 선보이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엄마 정현도 감이 오지 않았다.

“집에선 어른스러운 편이예요. 처녀인 척하는 아쉬움이랄지 그런 건 없어요. 지금 처한 환경과 살아온 경험들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와 부합이 돼서 엄마, 30대 여성 등을 맡는 데 거부감이 없어요. 하기도 편해요”

첫 엄마 연기, 강혜정은 자신의 연기에 만족했을까.

“엄마 연기요? 영화가 잘 나온 건 만족스러워요. 그동안 제가 한 역할에서 만족스러운 적 없었어요. 항상 아쉬워요. 그런데 아쉬워한다고 해서 더 잘 할 일은 없어요(웃음). 좀 더 잘하고 싶은데… 전 제가 나오는 부분을 보는 게 어색해요”



“비중 많다고 좋아하는 타입 아니예요”

영화 시사회 후, 강혜정은 시나리오보다 영화가 잘 나온 것 같다며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좀 벅차다고 해야 하나? 생각보다 잘 나왔어요. 제가 찍었던 분량을 기준으로만 영화가 어떤 톤으로 나올지 감이 잡히잖아요. 전 많이 안 나오다 보니까 예측 못 했던 부분들이 많이 나왔어요. 아이들 강아지 성인배우들이 해주셨던 부분이 신선했다. 책에서 보던 것과 완전 달라 기분이 좋겠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영화 한 편이 나왔구나’ 했어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아이들이 영화를 이끌어 가기에 자연스레 성인 배우들의 비중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지소(이레 분)의 엄마 정현으로 분한 강혜정 역시 마찬가지.

“분량의 아쉬움은 없어요. 촬영해놓고 잘린 부분도 있었는데, 수영(이천희 분)이랑 싸우는 뿐이 있었는데 편집하면서 사라졌어요. 진짜 전혀 안 아쉬웠어요. 영화 보니까 훨씬 깔끔하더라고요. 원래 비중 많다고 좋아하고 그런 타입이 아니예요. 엑기스가 있어야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엑기스요? 지소가 마지막에 제 심정을 알아주는 부분이요. 지소가 정현의 입장이 되어 이해할 수 있는 코드가 담겨있잖아요. 아빠가 정현을 위해 선물하고 간 구두박스로. 거기서 시작해서 ‘아빠가 이 차를 고치고 갔구나 우리 남편이 이 근처를 서성이고 있겠구나’ 희망할 수 있는 그 부분이 굉장히 크게 와 닿았어요. 결국엔 지소가 준 선물들이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강혜정이 2009년 ‘걸프렌즈’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작품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2003년 ‘올드보이’로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2005년 ‘웰컴 투 동막골’으로 대 성공을 거둔 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던 것도 사실. 허나 강혜정은 좌절하지 않았다. 또 흥행에도 연연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었다.

“배우 생활에서 제일 좋았던 시절은 전성기 시절이죠, 뭘 해도 홈런이었으니까. 한 여름 밤의 꿈같은 시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가장 인정받았던 순간이고 이 일을 하게끔 해준 거름이 되지 않았나 하는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감사를 그때는 몰랐겠죠? 그 때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내가 오디션 보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은 이게 마지막이겠지?’ 사실 모든 작품이 잘 될 순 없잖아요. 제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었을 수도 있고, 감정 상태가 안 좋았을 수도 있고. 그런 것들 때문에 안타까운 시기들이 있었고 그 후 오랜 기간 저도 기대치 않았던 치유의 시간을 갖고 지금 선물 같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게 된 거라. 저한테는 굉장히 설레는 시기예요”



“재미있는 영화 하고 싶어요. 보고나면 뭔가 남는 영화. 배우나 관객이나 내가 낸 이 시간이 정말 아깝지 않은 작품이요. 그런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길테니까”

긴 터널을 지나 듯 힘든 시간을 겪었던 강혜정. 만약 시간을 돌려 지소 나이 대인 10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래도 배우를 선택할까.

“다시 돌아가도 배우 할 것 같아요. 제가 잘 하는 게 없어요. 배우 안했더라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이사, 수납 정리 아니면 배우 둘 중 하나밖에 없더라고요. 각 맞춰서 수납하고 이런 거 잘해요. 생활 테트리스(웃음). 입주청소도 잘 할 거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 꼼꼼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도 역시 배우가 제일 좋아요(웃음)”

(사진 = 최지연 기자)